잠시 뜸했던 TV3사의 프로그램 중복편성이 이번 봄철 프로개편을 계기로 다시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가을 각 방송사는 시청률 경쟁에 따른 여론을 의식,개편을 동시에 단행하면서 일부 시간대의 맞물리기 편성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들어 다시 심해지는 것은 물론 포맷 베끼기 경쟁으로까지 이어져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을 빼앗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 중복편성이 가장 심한 시간대는 평일 밤9시50분대.모두 드라마 일색으로 배열해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나 드라마에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 시청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월화요일에는 남성 취향 드라마인 KBS2의 「한명회」와 MBC의 「아담의 도시」,SBS 「도깨비가 간다」가 집중 포진해 있다.수목요일은 SBS가 봄 개편부터 오후8시50분대의 「이 남자가 사는 법」을 옮겨놓아 KBS2 「사라비아공화국」과 MBC 「야망」이 「이 남자…」와 시청자 쟁탈전을 벌이고 있으며,금요일도 KBS2 「미스터리멜로 금요일의 여인」과 MBC 「베스트극장」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침드라마 역시 지난해 가을 개편때는 KBS2가 오전8시20∼45분,SBS가 8시40분∼9시10분,MBC가 9시∼9시25분으로 돼 있었으나 2월 부분조정으로 KBS2의 「그대 있음에」와 SBS의 「행복하고 싶어요」가 8시15분대에 맞물렸고,봄 개편후에는 SBS가 8시45분으로 자리를 옮긴 대신 MBC의 「천국의 나그네」가 8시55분으로 시간을 앞당겨 여전히 중복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주말에 더욱 두드러진다.MBC 「웃으면 복이와요」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시간대를 옮김으로써 「일요일 저녁=코미디」 「일요일 밤=시사 다큐멘터리」라는 등식에서 조금 탈피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는 했으나 일부 시간대에는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SBS가 토요일 밤11시55분에 방송되던 「바둑최강전」을 이번 개편부터 일요일 밤12시의 KBS2 「바둑왕전」과 맞붙여 바둑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으며,일요일 밤10시대에도 KBS2 「드라마게임」,MBC 「종합병원」,SBS 「박봉숙변호사」등 단막극이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토요일 오전10∼12시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부」「소비자시대」(이상 KBS2) 「선택 토요일이 좋다」「주부연승퀴즈 세상을 열자」(이상 MBC) 「생방송 행복찾기」(SBS),오후7시대의 「한바탕 웃음으로」(KBS2)와 「웃으며 삽시다」(SBS),일요일 오전9시대의 「일요일은 참으세요」(KBS2)와 「한지붕 세가족」(MBC),10시대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KBS1)와 「질주」(SBS),오후6시대의 「폭소대작전」(KBS2)과 「열려라 웃음천국」(SBS),토일요일 오후8시대의 「남자는 외로워」(KBS2)와 「서울의 달」(MBC)등도 대표적 사례다.
방송사측에선 이같은 중복편성이 시청자들의 생활시간대를 감안,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시청자 입장에선 채널선택권이 좁아져 결과적으로 전파낭비를 초래하게 된다.더욱이 지난해 가을 여론의 압력에 의해 모처럼 일기 시작했던 방송사간의 시청률 경쟁 자제움직임이 불과 6개월만에 사라지고 「눈에는 눈,이에는 이」식의 편성방식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을 주고 있다.<이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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