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제일 혹독하게 성차별을 하는 데는 아마도 전쟁터일 것이다.▼그런 전쟁터인데도 임진왜란때는 권율장군을 도와서 부녀자들이 행주치마로 돌을 날랐대서 코끝이 시큰해진다.그리고 근대 전쟁에서 맹활약을 한 나이팅게일도 있다.그녀는 크리미아전쟁때 영국군 간호감독으로 종군했다.그 당시 영불연합군의 야전병원에는 가톨릭의 자선단체에서 파견된 수녀들이 종군간호원으로 자원봉사를 했지만 부상병의 병상에는 접근이 엄격히 금지되었었다 한다.수녀도 아닌 여염집 여자로서 나이팅게일이 그런 금기를 깨뜨렸고 오후8시 이후에도 그녀만은 수시로 병상출입을 할 수가 있었다 한다.▼남자인 영국군 군의관과 사사건건 다투어가면서도 몇명의 간호원을 데리고 살벌한 전투장인 발라클라바에까지 기를 쓰고 따라간 맹렬여성이었다.흥미로운 사실은 영국군의 보급위생복지환경에 대한 개선책이 나이팅게일보고서에서부터 나왔다는 점이다.그녀가 전쟁터에서 느낀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빅토리아 여왕에게까지 보고하는 바람에 영국군의 근무조건이 월등 개선되었다고 한다.▼섬약한 여성의 힘으로 「군의 개혁」을 이룩한 훌륭한 전통을 지닌 영국이지만 샌더스트(육군사관학교)에서는 아직 금녀의 벽을 깨뜨렸다는 소식이 없다.그러나 미국에서는 삼군사관학교가 모두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하고,그린 베레와 같은 험악한 특공부대에도 여군을 배치하는 문제를 거론하는 모양이다.해군에서는 여자 함재기조종사도 여럿 있다고 한다.▼우리도 신라시대에는 씩씩한 화랑들을 아리따운 원화가 지휘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여자육참총장은 몰라도 육사의 여성생도대장이 탄생할 날은 멀지않은 듯하다.사관학교의 여성입학추진은 남녀 고용평등이라는 측면 못지않게 기능적인 고려에서 접근하는게 어떨까 한다.C3I라고 하는 현대전의 수행이나 방대한 군사조직 관리에는 남성보다 섬세한 여성의 손끝을 기다리는 데가 더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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