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호남 김제의 옛 관아인 동헌(東軒) 앞에는 정문인 ‘외삼문(外三門)’이 장엄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관리가 부임하면 국왕에 예를 올리고, 백성들이 모여 고을의 안녕을 이야기하던 장소였다.
그러나, 100여년 전 일제강점기, 일제는 이 문을 허물었다. 전통 질서를 지우고 식민지 도시 구조를 강제로 심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 자리에 세워진 것은 일본식 건물과 신작로였다. 조선의 행정문화가 응축된 공간은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다.
하지만, 김제 시민들은 그 기억을 잊지 않았다. 지역 언론과 역사 프로그램, 국가유산야행 등을 통해 “언젠가는 다시 세워야 할 문”으로 외삼문을 이야기해 왔다. 김제시는 단절된 역사와 공간을 회복하기 위해 복원 사업을 수년간 준비했다.
마침내, 지난해 여름 외삼문은 국가유산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며 복원의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 관아 앞 도로를 확장하고, 광장을 조성하는 사업이 병행해 외삼문 복원에 필요한 부지 확보와 공간 조건이 마련됐다는 점이 핵심적인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외삼문은 1910년대 실사진과 1872년 지방도를 토대로 고증이 진행하고, 내년 실시설계 용역을 통해 2028년 완공을 목표로 누각형 2층 목조건물이 다시 세워질 예정이다.
정성주 김제시장은 “이번 복원은 단순한 건축 사업이 아니라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김제의 행정문화유산 위상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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