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천안에서 의붓어머니(계모)에 의해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갇혀 있다 심정지를 일으켜 사망한 A(9)군이 생전 몸무게가 23kg에 불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누리꾼들을 또 한 번 가슴 아프게 했다. 지난달 아동 학대 신고가 접수됐을 당시 관계당국이 A군과 계모·친부를 즉각 분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9세 남아 평균 몸무게가 약 32kg(정확히는 33.3kg) 정도”라며 “A군 몸무게가 23kg라는 것은 상당히 많이 말라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대 사망 아동들은 이처럼 상당히 많이 말랐다”면서 “아동학대 사건들을 접하면서 ‘밥은 곧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계모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따르면 A군과 비슷한 또래인 계모의 친아들의 몸무게는 지난 2018년 당시 40kg(과체중)에 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어린이날 머리가 찢어져 병원 찾은 아이… 아동학대 신고에도 “집에 가고 싶다”는 아이 말만 믿고 돌려보낸 관계당국
A군은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월5일에도 머리 부위가 찢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아이의 몸 곳곳에서 멍과 담뱃불 자국 등 확인한 의료진이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했다.
공 대표는 “이 때 A군과 계모가 분리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다고 해서 무조건 분리를 하지는 않는다”라면서 “왜냐하면 이 학대 아동에 대해서는 ‘원가정보호제도’라는 게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가 지적한 ‘원가정보호제도’은 학대 당한 아동이 학대 가해자가 있는 원가정에서 보호해야 하는 모순이 있다.
공 대표는 “이번 경우는 상습적 학대 흔적이 있었고, 가정환경상 학대 우려가 아주 높은 상황이었다”면서 “아동을 분리해 장기간에 걸쳐서 상담을 하면서 진실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 대표는 당시 관계자들이 “욕실에서 넘어져 머리를 부딪혔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A군의 말만 듣고 돌려보낸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 프로그램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안 여행가방 아동 학대 사건에 관한 진실이 하나 둘씩 밝혀질 때마다 시민과 누리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안타까움에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한 누리꾼은 “가방 속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죽어간 아이를 생각하면 속에서 열불이 올라오는 느낌”이라며 “어떻게 자기 자식은 예뻐서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면서 A군은 밥조차 제대로 안 주고 가방에 가둘 수가 있느냐?”라고 분노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기사를 접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라면서 “아이 키우는 부모로서 죄책감이 들어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文 대통령 “위기 아동 확인하는 제도 잘 작동하는지 검토해야 ”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9세 남아 사건과 관련해 “위기의 아동을 사전에 확인하는 제도가 잘 작동되는지 잘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이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위기의 아동을 파악하는 제도가 작동되지 않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시했다.
강 대변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동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아동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위기의 아동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부연했다.
한편 충남지방경찰청은 8일 “A군 친부의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해 아동학대 및 방조 혐의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뉴스1,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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