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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서 자고 있는데 문 따고 들어가 긴급체포…‘서울역 폭행’ 30대 구속 피한 이유

입력 : 2020-06-04 23:00:00 수정 : 2022-12-27 1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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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상해 혐의 이모(32)씨 구속영장 기각 / “긴급체포는 영장주의 원칙 예외인 만큼 모든 요건 갖춰야” / 이씨, 지난달 26일 일면식 없는 여성 얼굴 가격 후 달아났다 붙잡혀 / 피해자 공론화 후 사흘 만 / 여성 혐오 범죄 논란도… “순간 욱해서 실수” 피해자에 사과
연합뉴스
 

서울역에서 생면부지의 30대 여성을 이유 없이 폭행한 혐의로 붙잡힌 30대 남성이 구속 위기에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판사는 4일 오후 3시부터 이모(32·사진 가운데)씨의 상해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이날 저녁 기각했다. 피의자 체포 과정이 위법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는 사건인 만큼 법원은 이례적으로 기각 사유까지 상세하게 공개했다. 김 판사는 “수사기관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과 주민 탐문 등을 통해 피의자의 성명, 주거지,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한 뒤 피의자의 주거지를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전화를 걸었다”면서 “하지만 (피의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제로 출입문을 개방해 주거지로 들어간 뒤 잠을 자던 피의자를 긴급체포했다”고 체포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판사는 “긴급체포 제도는 ‘영장주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 만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해 허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날 오전 11시쯤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용산경찰서 유치장을 나선 뒤 취재진의 요청에 “순간적으로 욱해서 실수를 해버렸다. 깊이 사죄하고 한 번만 용서를 깊게 구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달 26일 오후 1시50분쯤 공항철도 서울역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30대 여성 A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A씨 측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엑스레이 사진

 

이씨로부터 얼굴을 가격당한 A씨는 왼쪽 광대뼈가 부러지고 함몰되는 상해를 입었다.

 

이같은 사실은 A씨의 언니가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폭로하면서 공론화됐다. 이후 A씨는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찰 수사가 무성의해 공론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항철도에서 내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택시를 부르려고 잠깐 핸드폰을 보는데 모르는 남자가 제 오른쪽 어깨를 의도적으로 세게 치며 욕을 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밝혔다.

 

A씨는 사건 발생 장소가 넓은 편이고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했다며 용의자와 어깨를 부딪힌 점도 이상하다고 했다. 또한 용의자의 카드 사용 내역 등을 찾을 수 없고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범행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계획범죄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일 가능성까지 제기됐었다.

지난달 26일 오후 30대 여성이 ‘묻지마 폭행’을 당한 서울역 1층 공항철도 입구의 아이스크림 가게 인근.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국토부 소속 철도특별사법경찰대(이하 철도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 이씨가 A씨를 폭행하기 전 서울역 인근 버스정류장 등에서 마주 오는 행인들을 어깨로 밀치는 행위를 하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 

 

논란이 일자, 철도경찰은 경찰과 공조수사 끝에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확인하고 CCTV를 역추적하는 등 방법으로 지난 2일 이씨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에서 검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철도경찰의 부실 수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A씨는 방송 등 인터뷰에서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고 비판했다. 철도경찰에 수사 진행 상황을 물을 때마다 “CCTV를 보고 있다”는 심드렁한 반응만 이어졌다는 것.

 

그는 “수사상황에 대한 (저희 쪽) 피드백 요청에 경찰이 무성의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SNS에 공개한 것”이라며 “용의자 인상착의와 피해 발생 시간은 물론, 용의자가 도주한 경로까지 정확하게 기억한다. 사건 발생 당일 경찰과 함께 용의자 인상착의까지 다른 앵글 CCTV를 통해서 확인했음에도 수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역에서 처음 보는 여성을 폭행하고 달아났다가 검거된 이모(가운데)씨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철도경찰 측은 “사건 장소가 CCTV 사각지대였고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쉽지 않았지만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씨는 검거 당시 횡설수설하며 말을 바꾸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철도경찰 관계자는 4일 “이씨가 정신 질환으로 수년간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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