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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앞서간 양준일, 30여년 만에 전례 없는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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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발표 ‘리베카’ 등 당시엔 이질적 / 대중에 외면 받고 방송가에서 퇴출 당해 / ‘공식’ 없는 그의 매력 유튜브 통해 재발견 / 30∼60대 물론 1020세대도 열광의 도가니 / 美서 서빙하다 돌아온 극적 ‘서사’도 한 몫 / “과거가 더 괴롭히지 않게 해준 팬들에 감사”
짙은 미세먼지와 추위가 이어진 4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인근에는 이른 아침부터 ‘쇼! 음악중심’을 보기 위해 700여명의 팬들이 줄을 이었다. 보통 사전녹화장에는 관객 200∼300명만 들어갈 수 있지만 이날 MBC는 500석을 열어뒀다. 사전녹화 내내 객석에서는 떼창이 이어졌고, 센스 넘치는 구호들이 울려퍼졌다. 정상급 아이돌의 컴백 쇼케이스를 방불케 한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양준일. 19년 만에 선 음악방송 무대였지만 그는 세련된 퍼포먼스와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했다.
가수 양준일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미팅 ‘양준일의 선물’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양준일은 전례 없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첫 팬미팅은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서버가 다운되고 순식간에 2회 전석이 매진됐다. 팬층도 다양하다. 199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낸 30∼60대는 물론 ‘뉴트로 열풍’을 타고 유튜브 과거 영상 등으로 그에게 ‘입덕’한 1020 팬들도 많다. 대중은 그에게 왜 열광하는 것일까.

“나의 매력을 스스로 물어본 적도 없고, 내가 감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내 매력을 파악하게 되면 내 머릿속에 공식이 생기고, 그러면 공식대로 행동할 것 같아서입니다. 저는 오히려 여러분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왜 저를 보러 오셨냐고요.”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대양홀에서 팬미팅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양준일은 이렇게 대답했다.

양준일의 말처럼 그는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음악과 춤을 선보였다. 느슨하게 묶은 긴 머리에 오버핏 셔츠 등을 입은 양준일은 짜여진 동선이나 안무 대신 느낌 가는 대로 무대를 누볐다. 하지만 시대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퇴폐적이다’ ‘영어를 남용한다’며 방송 심의에 걸렸고, 무대에 돌을 던지는 관객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대중의 반응은 그의 노래 ‘가나다라마바사’에도 녹아있다. “가수 양준일 몰라? 아으, 밥맛 떨어져. 왜 이렇게 머리가 기냐. 어쭈, 귀걸이까지 했어. 야, 여잔지 남잔지 모르겠다.”

‘공식’ 없는 그의 매력은 30여년 만에 재발견됐다. 특히 양준일 신드롬은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만들어 선보이기 전에 대중이 먼저 스타를 발굴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양준일은 과거 음악방송을 스트리밍하는 유튜브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리베카’ ‘댄스 위드 미 아가씨’(Dance With Me 아가씨) 등 그의 음악은 1990년대 당시 이질적으로 여겨졌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공명했다. 사실상 그를 방송가에서 퇴출한 요소들이 오히려 그에게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한 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 하면 정해진 퍼포먼스와 음악적 장르 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며 “그걸 넘어서는 장르를 대중이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극적인 ‘서사’도 대중의 마음을 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미교포 출신으로서 활동 당시 좌절하고 미국에서 서빙 일을 하다가 다시 돌아오게 된 극적인 상황, 양준일을 받아들이지 못한 당시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 등이 맞물려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정 평론가는 “요즘 대중들이 요구하는 스타상은 손에 닿지 않는 스타가 아니다. 우리와 같은 일상을 공감하는 스타를 원하는데, 양준일이 그런 인물”이라고 짚었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양준일은 정작 덤덤하다. 양준일은 기자간담회에서 ‘20대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50대에 복귀하게 된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냐’는 질문에 “현실에 무릎을 꿇으면 오히려 그 일이 마무리된다”고 답했다. 그는 “대중이 실망하고 필요 없다고 하면 그걸 받아들일 생각이다. 20대 양준일에게 ‘네가 인생에서 원하는 그것을 내려놓으면 마무리가 된다’고 말하고 싶다. 20대도 제 계획대로 안 됐는데, 50대인 지금도 제 계획과 다르게 가고 있다”며 웃었다.

양준일은 책과 음반을 발매하며 한국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현재 책을 집필하는 중”이라며 “많은 분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신다.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남기면 좋을 것 같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새 앨범 발매에 관해서는 “지금은 새로운 가사를 쓰고 싶지는 않고 그걸 다시 무대에서 표현하고 싶다. 목소리는 10%고 나머지는 몸으로 표현한다. 그 가사와 노래들을 충분히 표현한 다음에 새로운 노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냈던 앨범을 재편곡하고 녹음해 이를 실물 앨범으로 발매하려 한다”며 “제 예전 음반이 중고시장에서 고가로 팔린다는 얘길 듣고 너무 놀랐다. 예전 곡을 모아 재편곡을 해서 팬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금 이렇게 저를 환영해주시고 따뜻하게 해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에요. 과거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게 해줍니다. 지금이 너무 기쁘고 고마워요. 내 스스로 그 고마운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고마움으로 팬들과 대한민국을 감싸고 싶다고 감히 말해봅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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