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8명은 이날 판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며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이행을 거부할 뿐”이라는 다수의견에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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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권순일, 김소영 대법관, 김 대법원장, 조희대, 박상옥 대법관. 남정탁 기자 |
이동원 대법관은 “국가안보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진정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만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는 별개 의견을 내놨다. 국방의무가 양심의 자유보다 우선된다고 본 판단이다.
소수 의견을 낸 김소영,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은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봤다. 국방의무와 국가안보를 위해 양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과 궤를 같이한다.
소수 대법관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란 엄중한 안보 상황,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요청 등을 감안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희대, 박상옥 대법관은 “다수의견은 국군의 사기, 병역법 등 국가 법질서에 큰 혼란과 폐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면서 “‘여호와의 증인’ 같은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이날 판결로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 판단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말 기준 대법원에 계류된 종교적 병역거부 사건은 227건이다. 전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병역거부자들은 약 9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대법원 판결은 종교적 이유에 따른 입영 거부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됐다는 것”이라며 “병역기피 목적으로 종교를 내세웠다는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사실심(1·2심)에서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때까지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입영 대상자들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병무청으로부터 입영통지서를 받는다. 이때 거부하면 병역법 위반으로 검찰에 다시 기소된다. 지난 6월 기준 검찰이 수사 중인 종교적 병역거부자는 10명 안팎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병역거부죄는 입영통지서를 받을 때마다 성립된다”며 “오승헌씨는 물론 종교적 이유가 인정돼 무죄를 받은 사람들도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때까지는 원칙상 계속 입영통지서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측은 이날 “대법원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후속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상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에는 “묵묵히 군 생활하며 시간과 노력 등을 바친 우리는 양심이 없어서 그랬나”, “저게 양심적이라면 군대 간 우리는 비양심적 죄인인가”, “군대 간 사람들만 바보된 느낌”, “납세의무도 양심적으로 도저히 못 내겠다고 하면 되는 건가” 등의 글이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법원 판결을 무효화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30여건 올라왔다.
박진영·염유섭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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