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영남의 대작(代作) 의혹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고가에 판매된 조영남의 그림이 다른 이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의혹이 한 무명화가의 입을 통해 제기됐다.
16일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조영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3고슬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강원도 속초에서 활동하는 무명 화가 A씨(60)로부터 자신이 조영남의 그림 300여점을 8년간 대신 그렸다고 증언했다. A씨는 1점당 10만원 안팎의 대가를 받고 그림을 대신 그렸다고 밝혔다. 또 "화투 그림을 중심으로 작품의 90% 정도를 내가 그려주면 조영남이 나머지 10%를 덧칠하고 사인을 넘어 작품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조영남은 "미술작품에 조수 A씨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술과 전시회에 대한 의욕이 강해 시간적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조수의 힘을 일부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조영남 측근은 "조영남이 바쁠 때 A씨가 도와주는 정도였다"며 조영남이 작품의 10%가량 덧칠했을 뿐이라는 A씨 주장을 반박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의 가세로 대작 논란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진중권은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이라며 "콘셉트를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는 없고, 그 콘셉트마저 다른 사람이 제공한 것이라면 대작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콘셉트 이행을 다른 화가에게 맡긴 조영남에게 대작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해석이다. 단 진중권은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건 좀 다른 부분인데, 작품 하나에 공임이 10만원은 너무 짜다"고 꼬집었다.
조영남에 따르면 그가 그린 그림 가격은 엽서 한 장 크기에 50만원, 20호 그림 기준 1000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A씨가 받은 그림 대가 10만원에 비하면 그림의 가격은 턱없이 높은 가격이다.
진중권의 말처럼 유명 화가가 조수를 두고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미술계 관행으로 알려졌다. 조영남이 제공한 콘셉트에 따라 A씨가 제작을 맡은 것 자체로 대작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 미술계 주장이다.
관행이라면 묵과하고 넘길 수 있는 일인가. 유명화가가 조수를 두는 관행이 일반적이라고 하더라도 조영남이 전업 화가가 아닌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논란 소지는 남는다. 유명 화가가 이름값을 얻고자 그림 실력을 인정받은 것과 '연예인' 조영남이 유명 화가로서 이름값을 인정받는 과정을 동일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조영남이 연예인 타이틀에 따른 유명세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사안중 하나인 미술품의 작업량과 관련해 A씨 주장대로 점당 10만원에 받고 90% 이상 그린 것이 사실이라면 연예인의 이름값으로 폭리를 취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없다. '연예인' 조영남의 이름값만으로 작품 가격이 높게 책정된 사실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으로 연예인의 '대필(代筆)' 의혹도 새롭게 조명받는 분위기다. 연예인의 이름을 걸고 출간된 책이 연예인의 이름만 빌려줬을 뿐 책을 펴낸 대필업자가 따로 있다는 것이 의혹의 요지다. 방송인 정지영, 박경림 등은 책 대필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정지영 아나운서는 2006년 베스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가 대리 번역 의혹에 휩싸이자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방송인 박경림도 2004년 에세이집 '박경림의 사람'과 관련해 직접 집필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박경림은 완성 글을 가다듬어주는 '글 디자인'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모호한 '글 디자인'의 개념 때문에 대필 의혹을 떨쳐내지 못했다. 여기에 기존 방송 내용을 짜깁기했다는 의혹에도 휩싸이며 곤욕을 치렀다.
연예인이라는 이름값만으로 손쉽게 작가 타이틀을 얻고, 높은 수익까지 벌어들이는 것에 대해 대중적 반감이 거세다. 진위 여부를 떠나 대작(필)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을 향한 여론의 반응도 차가운 편이다. 남이 차려낸 밥상에 숟가락을 얻는, 염치 없는 행동으로 비쳐지는 까닭이다. 연예인이 본업 이외의 작품 활동으로 얻은 '재주꾼'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뒷거래에 의한 것이었다는 의혹이 생기는 순간 그 몇 배의 이미지 타격도 뒤따른다는 사실도 그간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세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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