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C vs 마블 2라운드, 닮았지만 다른 리더, 배트맨과 캡틴 아메리카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에는 '서로 닮았지만 다른' 히어로들이 존재한다. 슈퍼히어로 팬들은 흔히 DC와 마블의 두 재벌 히어로 '아이언맨'과 '배트맨'을 비교하곤 하는데, 두 히어로는 재벌이라는 점 이외에도 ▲초능력 대신 첨단 장비를 사용 ▲기업 회장이자 바람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주로 한 밤중에 활약하며 은신과 기습작전을 벌이는 배트맨에 비해 아이언맨은 공중을 비행하며 '아이언맨' 군단을 이끌기도 한다. '저스티스 리그'의 수뇌 배트맨, 그리고 '어벤져스'의 대장 캡틴아메리카 역시 팀을 이끄는 리더라는 점이 닮았지만 여러 모로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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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
DC코믹스 세계관 속의 '브루스 웨인'은 대도시 '고담' 최고의 부호임과 동시에 대기업 '웨인 엔터프라이즈'의 회장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밤이 되면 악당들과 싸우는 범죄 투사 배트맨로 변신한다. 배트맨은 슈퍼맨, 원더우먼 등이 속해있는 '저스티스 리그'의 일원이기도 한데, 공식적으로 리더라는 설정이 있지는 않으나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팀을 이끄는 리더로 자주 묘사된다.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은 철저한 준비성과 비밀스러운 성격의 배트맨을 신뢰한다. 그런가하면 배트맨은 자신, 슈퍼맨, 원더우먼 등 초인들이 불의의 사태로 지구의 위협이 될 경우에 대비해 약점을 조사·수집해 놓기도 한다. 실로 명탐정다운 조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마블코믹스의 캡틴 아메리카는 2차대전 전쟁용사 출신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 뛰어난 전투 지휘능력을 선보이며 명실상부 '어벤져스'의 리더로 등극했다. 캡틴 아메리카의 주무기는 다름 아닌 방패, 시민들과 팀원들을 지키는 '수호자'격인 그에게 잘 어울리는 상징적 장비다. 또한 그는 다소 비뚤어진 성격의 아이언맨, 통제가 불가능한 헐크에 비해 순수하고 선을 지향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 덕에 자격이 있는 '순수하고 고결한 자‘만이 들 수 있다는 토르의 망치 '묠니르'를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었다.
배트맨은 살해당한 부모님의 복수를 동기로 자경단원이 된 다크 히어로라 할 수 있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애국심 하나로 '슈퍼솔져 프로젝트'에 자원하는 등 슈퍼 히어로의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두 히어로는 모두 팀을 이끄는 핵심축이지만 상반된 성향을 지녔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 밖에도 DC코믹스의 원더우먼, 마블코믹스의 토르는 각각 그리스신화와 북유럽신화의 이야기들을 차용했다는 점, '진실의 올가미'와 마법망치 '묠니르'등을 사용하며 소위 '장비빨'이 다소 있다는 점 등이 유사한 슈퍼히어로들이다.
◆ DC vs 마블 3라운드, 영화화 흥행 성적표
DC코믹스는 영화 '배트맨(1943)'으로 마블코믹스보다 먼저 자사의 히어로를 실사 영화화했다. 마블코믹스 역시 곧바로 '캡틴 아메리카(1944)' 영화를 만들며 슈퍼히어로 영화화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슈퍼히어로들의 성격이 단순하고 평면적이었던 탓에 권선징악이라는 메인 테마에 다양성을 부여할 수가 없었고, 결국 슈퍼히어로 영화는 아동들의 전유물 취급을 벗기 어려웠다. 이후의 슈퍼맨 영화 시리즈가 흥행하기는 했으나 현재와 같은 다양함과 히어로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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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배트맨 리턴즈' 포스터 |
그러던 중 1989년 팀버튼 감독이 제작한 영화 '배트맨'은 이전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 팀버튼 감독은 특유의 음울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배트맨 이야기에 잘 녹여냈다고 평가받았으며, 특히 배트맨과 조커가 서로를 창조해낸 관계라는 흥미로운 해석을 한 첫 번째 배트맨 영화였다. 영화의 흥행으로 배트맨 시리즈는 계속해서 영화로 제작됐으나 1997년 영화 '배트맨 포에버'가 희대의 망작이라는 평가까지 들으며 그야말로 '쪽박'을 찬다. 이 영화로 인해 배트맨은 2005년 '배트맨 비긴즈'가 제작되기까지 영화계를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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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스파이더 맨' 포스터 |
한편 마블코믹스는 DC코믹스에 비해 이렇다 할 영화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2000년대에 들어서야 영화 '엑스맨(2000)' 등을 통해 슈퍼히어로 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 시작했고, 이어 영화 '스파이더맨(2002)'으로 세계적 대성공을 거둔다. 이후 마블코믹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가능성을 염두하고 '데어 데블(2003)', '헐크(2003)' 등을 제작하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흥행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후 2005년, 마블코믹스는 영화 '아이언 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전개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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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포스터 |
2005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의해 배트맨 비긴즈로 시작된 다크나이트 삼부작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 가장 성공적인 슈퍼히어로 영화로 평가받으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다크나이트 삼부작의 성공과 더불어 마블코믹스 측 '어벤져스' 프로젝트에 자극받은 DC코믹스는 '맨 오브 스틸(2013)'의 슈퍼맨을 필두로 저스티스리그 멤버들의 영화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영화화에서만큼은 마블코믹스가 DC코믹스를 따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DC코믹스가 2016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이후 '수이사이드 스쿼드', '원더우먼', '저스티스 리그' 등의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기에 아직까지 쉽게 승패를 가를 수는 없다. 한편 마블코믹스는 2016년부터 '캡틴아메리카:시빌 워', '닥터 스트레인지', '토르:라그나로크'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는 경쟁회사인 만큼 서로를 견제하며 만화책의 판매부수나 영화 흥행 성적으로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 그러나 슈퍼히어로를 사랑하는 세계 팬들에게는 둘의 경쟁이 축제나 다름없다.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 두 회사가 펼치는 선의의 경쟁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라이프팀 차주화 기자 cici0608@segye.com
<남성뉴스>남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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