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성이 식당 설거지로 평생 모은 돈 1억여원을 보이스피싱 사기범에 속아 날릴 뻔 했으나 경찰의 빠른 대처 덕분에 거의 찾게 됐다.
2일 안산상록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정오쯤 안산시 상록구에 사는 이모(69·여)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A씨는 이씨에게 자신을 금융감독원 직원이라 속인 뒤 “은행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으니 모두 인출해 집 장롱에 보관하라”고 말했다. A씨는 잠시 후, 이씨의 집을 찾아가 “보안장치를 해야 한다”며 집 열쇠를 받은 뒤, 장롱에서 3000만원을 훔쳤다. 그는 “돈을 더 가져오라”고 시켜 이씨로부터 총 1억4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씨로부터 돈을 받은 송금책 B씨가 중국에 있는 사기총책에게 돈을 보내지 않고, 일부를 자기 은행 계좌에 넣거나 생활비 등으로 써버린 것이다.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범행 하루 만인 27일 대구의 한 모텔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이씨가 평생 식당 설거지로 돈을 모았다는 사실을 알고 전액환수에 주력했다. 다행히 인터폴 공조를 통해 B씨의 계좌에 입금된 8000만원을 돌려받기로 했으며, 그가 갖고 있던 1000여만원도 무사히 찾아냈다. 이씨의 불쌍한 사연을 접한 B씨 측 변호사는 수임료 660만원을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기 등 혐의로 B씨를 구속하고, B씨의 도피를 도운 C씨를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달아난 A씨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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