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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가 마음에 안 드세요? 그럼 나가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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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01 17:29:40 수정 : 2015-06-01 17: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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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카페는 모유수유하는 손님들을 간섭하지 않습니다. 정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손님이 나가시는 게 좋겠군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호주 퀸즐랜드의 한 카페 주인 제시카 앨런(29)이 자기 앞에 선 남성 손님에게 문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앨런 앞에 선 남성은 자신이 어떤 말을 들었는지 깨닫지 못한 듯 당황한 표정만 지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남성은 조금 전, 카페 마당에서 아들에게 모유수유를 하는 여성을 본 뒤, 앨런에게 다가와 “저 여성을 나가게 하거나, 옷 입기를 지시하라”고 말하던 참이었다. 앨런이 운영하는 카페는 마당과 건물 내부에 테이블을 갖춘 구조다.

남성의 행동에 모유수유 중인 여성과 옆에 있던 다른 여성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배고픈 아들에게 젖을 물린 게 손님들을 불쾌하게 만들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앨런과 남성 그리고 여성을 숨죽여 번갈아 보는 손님들 때문에 카페에는 정적만 감돌았다.

앨런은 남성이 자기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카페는 모유수유에 반감을 갖지 않은 곳입니다. 마당에서 젖 먹이는 여성 때문에 불쾌하셨다면 다른 자리로 옮기시면 됐을 텐데.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것 같으니 손님께서 밖으로 나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앨런에게는 자녀가 없지만, 생후 3개월 된 조카가 있다. 그는 자기 언니가 다른 곳에서 사람들에게 모유수유를 지적당한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순간 아찔해졌다. 같은 손님으로서 피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의 행동에 제한을 둘 수 없다는 게 앨런의 생각이다.

남성을 내쫓은 앨런의 일화는 즉시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졌고, 특히 여성 네티즌들이 그의 결정을 칭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마’로서 아들에게 젖을 먹이는 건 당연한 행동이며, 이를 성(性)적으로 바라본 남성의 시선이 잘못됐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이보다 앞선 올 3월에는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아기엄마 1000여명이 모여 모유수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는 같은달 23일, 시내의 한 쇼핑몰에서 아이에게 젖을 물리던 여성이 경비원에게 제지당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촉발됐다. 분노한 여성들은 "쇼핑몰이 반라의 여성을 광고판에 내걸면서 아이에게 수유하는 엄마는 제지한다"며 격분, 해당 쇼핑몰을 강하게 비난했다.

당시 쇼핑몰 경비원은 여성의 수유가 다른 손님들을 불쾌하게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앨런의 카페에서 불만을 쏟아낸 남성 손님과 다를 게 없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앨런 페이스북·영국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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