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성 없고 착용 기기만 늘어 ‘불안한 미래’

아침에 눈을 뜬 후 늦은 시간 잠자리에 들기까지 인간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다름아닌 디지털기기들이다. 문명의 ‘이기(利器)’로 불리는 디지털 기기들은 이처럼 우리의 삶에 깊숙이 녹아든 지 오래지만 그 생명력은 천차만별이다. 아무리 최첨단 기술로 무장했다 하더라도 대중화가 되지 못하면 고작 ‘얼리어댑터’들의 수집품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의 ‘핫이슈’인 스마트워치(SmartWatch)도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제품 중 하나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여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최근 스마트워치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전통적인 스마트폰 강자인 삼성과 LG가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에는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저가 폰 제조업체들과 전통적인 시계 제조사들까지 가세,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스마트폰 세계시장 1위 업체인 애플도 스마트워치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뜨거워진 업계 분위기와 달리 대중들의 인식은 다소 미지근한 것이 현실이다. 현 상태로는 스마트워치가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스마트워치가 혁신을 통해 캐즘(chasm, 신제품이 시장 진입 초기에서 대중화까지 수요가 정체되는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웨어러블 기기가 향후 어떤 식으로든 IT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데는 대다수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온월드는 지난해 “5년 안에 전 세계적으로 웨어러블 기기 출고량은 7억대, 시장규모는 474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중화 시기나 대중화될 제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스마트워치는 웨어러블 기기 중 현재까지는 가장 대중적인 제품이다. 그러나 인지도나 제품 수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는 사람은 여전히 적은 것이 현실이다. 시장조사업체 알파와이즈가 지난해 여름 미국·영국·독일 등 7개국 성인 1만500명을 조사한 결과 웨어러블 기기 소유자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스마트워치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선뜻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웨어러블 기기 구입자 3명 중 1명은 구매 후 6개월 이내에 사용을 중단했다는 조사(리서치 업체 TNS)도 스마트워치가 여전히 얼리어댑터들의 전유물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얼리어댑터 특성상 한 사람이 여러 개의 모델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워치 확산 속도는 통계에 비해 더딘 것으로 풀이된다. 평소 IT 기기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김모(41)씨도 지금까지 3개의 스마트워치를 구입했다가 되팔았다. 그는 “워낙 새로운 기기에 관심이 많아서 직접 사서 써보는 편이다. 꼭 필요하다기보다는 사용하는 것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현재는 안 쓰고 신제품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워치가 대중화되지 못하는 것은 스마트워치만의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알파와이즈에 따르면 웨어러블 기기를 구매하지 않는 이유(중복응답 가능)에 61%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뒤이어 ‘비싸다’(40%), ‘디자인이 만족스럽지 않다’(19%), ‘기능이 만족스럽지 않다’(15%) 순이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조사에서도 스마트워치에 관심이 없는 이유로 ‘(기존 기기들과)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다’가 51%로 가장 많았다.
가격이나 디자인 때문에 망설이는 이들보다도 아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들이 더 많은 것이다. 단순히 스마트폰의 알림 기능을 제공하거나 심박수·활동량 등 간단한 건강 체크 기능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대중들을 붙잡기엔 역부족이란 의미다. 직장인 한모(33·여)씨는 “시계나 카메라, MP3 등 각종 기기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돼서 스마트폰을 쓰는 것인데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면 번거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에 시계를 차지 않았던 이들에게 어필하려면 다른 제품을 몰아내고 시장을 재편할 정도로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서비스, 일명 ‘킬러 앱’(Killer Application) 개발이 필수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출시될 ‘애플워치’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이 이 같은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애플워치가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스마트워치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IT 평론가 안병도씨는 “기존 스마트워치들은 조작의 편의성, 디자인 등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지만 애플이 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자기 나름대로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애플워치가 어느 정도 반응을 얻는다면 향후 1∼2년 안에 스마트워치 시장이 급속히 성장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대중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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