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같은 차를 팔아도 대리점 사원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대리점 영업사원의 법적 지위가 ‘개인사업자’인 탓이다.
대리점 영업은 개인사업자인 점주가 본사 혹은 지역별 판매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대리점을 연 뒤 영업사원과 함께 일하는 구조다. 점주는 본사의 눈치를 봐야 하고 영업사원의 생사여탈권은 점주가 쥐고 있기 때문에 본사가 ‘갑’의 위치에 있고, 대리점이 ‘을’, 영업사원이 ‘병’이 된다.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자신들을 사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대리점 영업사원 A씨는 “자신을 개인사업자로 느끼는 영업사원은 10명 중 한명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직영점 직원이랑 똑같은 일을 하면서 우리는 부당한 지시까지 받는다”고 말했다.
A씨가 말한 부당한 지시 중 대표적인 것이 계열사 캐피털 사용 강요다. 그는 “차를 팔 때 현대캐피탈을 이용하지 않으면 대리점주가 계약서를 내주지 않는다”며 “현대캐피탈 금리가 다른 캐피털보다 높아도 고객에게 현대캐피탈을 권한다”고 털어놨다.
직영점 영업사원은 정직원이고 노조가 있기 때문에 금리가 싼 캐피털을 권할 수 있어서 직영점 영업사원에게 고객을 빼앗기기도 한다는 것이 A씨의 증언이다.
A씨는 “점주가 캐피털 문제로 내 얼굴에 서류를 집어던지고 쌍욕을 하기도 했다”며 “이것이 ‘임금을 대가로 한 종속관계’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말했다.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노동자 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지엠쉐보레의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퇴직금을 달라고 낸 소송에 대해 창원지법은 지난달 기각했다. 영업사원은 출퇴근 시간과 근무장소가 정해져 있고 업무 전반에 대해 지휘·감독을 받았다며 노동자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영업사원이 종속적 지위에서 노동을 제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현태·이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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