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동주' 아사드 관계설정 주목…군사행동 실행여부 물음표 "오바마가 '시리아 데자뷔' 현상에 직면했다."(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문제를 놓고 1년 만에 다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주적(主敵)과 전쟁의 양상이 다소 바뀌었지만 군사개입 여부와 수위를 놓고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같아졌다는 지적이다.
이라크 정정을 뒤흔든 데 이어 미국의 최대 안보위협으로 부상한 '이슬람 국가'(IS)를 발본색원하려면 본거지인 시리아에서 직접 군사작전을 펴는 게 불가피하다. 이는 자국민 보호라는 대원칙과 지난 5월 웨스트포인트 연설에서 밝힌 '새로운 테러리즘 대처' 구상과도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리아 전장에 발을 들여놓는 데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 여론 자체가 해외 군사개입에 부정적이어서 의회의 승인을 얻는게 만만치 않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간 내전의 한복판에서 단기간에 IS 세력만을 '도려내는' 작전을 펴는 것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 1년 만에 되돌아온 '시리아 딜레마' = 1년전인 지난해 8월 오바마 대통령이 맞닥뜨린 딜레마는 민간인들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상대로 군사행동을 펴느냐 마느냐였다. 군사개입의 당위성과 부정적 여론 사이에서 좌고우면하던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의회에 사전승인을 요청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논란 끝에 러시아의 중재로 아사드 정권이 시리아 화학무기를 전량 폐기하기로 합의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가까스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아사드 정권보다 반군 편에 속했던 IS가 오히려 주적이 된 양상이다. 이라크 내전을 촉발시킨 IS의 본거지는 시리아 북동부에 있고, 특히 시리아 북부 락까는 IS 지휘부가 은신해있는 중심부다. 따라서 이곳에 포진한 지휘부를 섬멸하지 않고는 IS를 발본색원하는게 불가능하다는 유럽동맹국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1년만에 다시 시리아 전장에서 군사행동 여부를 결정해야할 상황에 내몰렸다.
◇ 부정적 국내여론·의회 승인이 변수 = 일단 미군은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예비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밤 U-2 정찰기와 무인항공기 등을 시리아 상공에 투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실제로 군사개입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고려해야할 변수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국내적 지지, 특히 의회의 승인을 얻는게 문제다. 공화당 매파는 적극적 군사개입을 주장하지만 전반적인 의회의 기류는 부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과 정치적 공동체인 민주당 내에서 회의론이 더 강하다.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론의 부정적 흐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전쟁행위를 개시하기 전에 의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을 보면 외국에 군대를 파견한 뒤 48시간 이내에 이를 의회에 통보하고, 60일 이내에 의회의 승인을 얻도록 돼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쟁사를 보면 대통령이 의회의 사전 또는 사후승인을 얻지 않고 군사력을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1년 리비아를 공습할 때 의회로부터 승인을 얻지 않은게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시리아 사태때 의회에 사전승인을 요청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승인절차를 생략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리아 내전의 당사자 격인 아사드 정권과 반군조직인 자유시리아군(FSA)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도 문제다. 아무리 동맹국들의 지원을 받더라도 미국이 시리아 영토 내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해나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사드 정권과는 IS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로 일종의 '오월동주' 관계에 있지만 협력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아사드 정권은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반군이 지원세력이 될 수 있지만 분파가 워낙 다양한데다 전투력이 약한 점이 결정적 문제다.
◇ '제한적 공습' 카드 대두…군사행동 결정 쉽지않을 듯 = 워싱턴 일각에서는 명분과 현실 사이의 절충점을 찾아 이라크사태처럼 '제한적 공습'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라크 공습은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시리아 정부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시리아 영토에 들어가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상군 투입 없는 제한적 공습이 과연 어느 정도의 발본색원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백악관이 공언한대로 IS를 '격퇴'(defeat)하려면 적절한 수준의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다는게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다.
물론 미국 국방부는 지난 5월 표방한 '다자주의적 개입 원칙'에 따라 동맹국을 규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과연 어느 정도의 의지와 결속력을 가진 다국적군이 구성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실제로 시리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국방부 차원에서 다양한 군사옵션을 건의할 수 있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 외교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중·후반기에 또다시 전쟁의 수렁에 빠져드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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