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단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의 충격파가 군을 짓누르는 가운데 한 예비역 장성이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최근까지 군 개혁 작업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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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편안하길… 선임병들의 집단 구타 끝에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위패(위쪽 가운데)가 7일 국립서울현충원 충원당에 안치돼 있다. 이재문 기자 |
그는 “군대는 무엇보다 군인들의 정신상태와 의식이 중요한데 군 수뇌부는 병사들이 어떤 상태에서 훈련을 받고 내무반에서 생활하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무기 구입에만 골몰하고 있다”면서 혀를 찼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은 윤 일병 사망사건이 발생한 이후 4개월 가까이 정확한 진상조차 보고받지 못한 채 책임론에 휘말렸고 용퇴 시기마저 놓친 채 불명예 퇴진했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누구의 책임이냐고 묻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은 인사계통에 있는 참모들이다. 상황이 발생하면 정확히 진단해서 장관과 총장에게 올바른 대책을 직언, 수뇌부의 올바른 판단을 돕는 조력자다. 그런 이들이 장관과 총장의 눈과 귀를 가렸다. 대통령의 언급대로 일벌백계해야 한다. 국방부 감사관실의 감사와 군 검찰의 추가 조사에서 이 대목을 뺀다면 감사와 수사는 수박 겉핥기에 그칠 것이다.”
그는 1806년 10월14일 나폴레옹 1세의 프랑스군이 프로이센군을 격파한 ‘예나전투’를 들춰냈다. 이 전투에서 프로이센은 프랑스에 대패했다.
“전투에서 패배한 프로이센군의 대령 120여명과 장군 30∼40명이 처벌을 받았다. 전부 보고누락하고 허위보고한 혐의였다. 싸움에 질 수 있지만 거짓말하는 장병은 일벌백계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후 독일사관학교는 정직을 모토로 삼았다. 능력이 부족해 싸움에 질 수 있지만 정직해야 한다고 군인들을 가르친 것이다. 지금의 독일 군대가 자리한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군의 경우는 무슨 돌발상황이 생겼다 하면 거짓말투성이로 결국 전투력 낭비로 이어진다”고 일침을 놨다.
윤 일병 사건 발생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책임론과 관련해선 “김 장관 주변에 있는 ×들이 장관을 망가뜨린 케이스다. 김 장관이 오래 장관직을 유지하길 바라며 공생을 꾀한 것이다. 상황이 터지면 정면돌파보다 꼼수를 건의하고 뒷전에 나앉아 살 궁리부터 하는 사람들”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번 사건은 ‘은폐’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허위, 거짓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공분은 여기서 시작됐다”고 결론지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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