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가 인구 10만명의 소도시 소마에서 발생한 초대형 탄광 폭발사고로 비통에 잠겼다. 현지 광부인 아룸 운자르는 “소마의 모든 광부가 내 친구”라며 “전에도 친구를 잃었지만 이번에는 너무 참담하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사고 현장과 운구 병원에서 아들 생사를 확인하고 있다는 한 노모는 “아직까지 아들 소식을 듣지 못해 답답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매몰 광부 구조 작업은 더디게 진행 중이다. 터키 당국은 밤새 약 400명의 구조대원과 수십대의 소방차·굴착기·구급차 등을 동원해 진화 및 구조 작업을 벌였다고 현지 일간 휴리예트가 보도했다. 하지만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와 연기 때문에 구조대의 지하 갱도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4일 오전부터 현장에선 생환자 대신 시신 수습 소식만 전해지고 있다.
재난 당국은 소마 탄광 지하 약 2㎞, 갱도 입구에서 4㎞가량 떨어진 지점에 실종 광부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날 폭발 여파로 전기가 완전히 끊겨 엘리베이터와 환풍구 등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에어포켓’(공기주머니) 등 매몰된 이들이 피신할 곳도 마땅치 않다. 재난 전문가들은 “사고 탄광에는 몇 개의 피신처·대피로가 설치돼 있지만 갱도가 붕괴된 탓에 지금은 무용지물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국은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담아 갱도 내에 공기를 주입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산소가 매몰자들에 닿을지는 미지수다. 베닷 디다리 불렌트에세빗대학 교수(광산학)는 “환풍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방독면을 쓰더라도 1시간밖에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매몰 광부들의 생환 가능성을 작게 보고 있다.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장관은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며 “앞으로 더욱 고통과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터키 정부는 사흘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알바니아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어 “100% 확신할 수 없지만 탄광업체 자료로는 120명 정도가 아직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엄벌에 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터키 민심이 심상찮다. 이날 소마는 물론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주요 도시에선 잇따라 반정부 시위가 열려 당국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터키에서는 1992년 흑해 연안 종굴닥주 탄광에서 가스폭발로 광부 263명이 숨진 이후에도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AFP 등이 전했다. 석탄 채굴이 주요 산업임에도 안전관리에 소홀하고 낡은 시설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은 2012년 기준으로 터키 전체 전력 생산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광업 종사자는 전체 근로자의 10.4%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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