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하게 핀 꽃을 형상화한 아파트 브랜드 ‘블루밍’으로 유명한 벽산건설이 파산을 코앞에 뒀다. 1958년 모태인 한국스레트공업에서 출발한 지 55년여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다.
당장 국내외 사업장 20여곳도 크고 작은 피해가 우려된다. 더구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벽산건설처럼 법정관리 아래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다른 건설사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조만간 벽산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 결정을 내릴 것이 확실시된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벽산건설은 앞서 지난 12일 M&A 실패를 알리는 공시를 낸 데 이어 14일 서울중앙지법에 폐지를 신청했다. 채권단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데다 M&A 불발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회생절차 종료를 알리는 판결을 내린 뒤 15일 후 다시 공식 파산선고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파산관재인을 파견해 채무관계에 따라 벽산건설의 자산매각에 따른 이득을 분배하는 이른바 ‘빚잔치’를 벌이는 것이 청산 수순이다.

2002년 워크아웃 졸업 후 채권단이 대주주로 올라섰고, 주택사업을 공격적으로 벌이면서 2003년 도급순위가 15위까지 뛰는 등 전성기를 달렸다.
2005년 창업주인 김인득 회장의 장남 김희철 회장이 경영권을 되찾았지만,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수주 부진과 유동성 부족으로 2010년 워크아웃을 다시 신청하는 부침을 겪었다. 그럼에도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자 2012년 6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강수를 뒀다.
이후 다시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오면서 벽산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채권단은 M&A를 최후 회생수단으로 삼고 재기를 노렸으나 지난해 말 중동계 아키드 컨소시엄의 인수가 무산되면서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벽산건설이 파산하면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공사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벽산건설은 베트남 호찌민 등 해외에서 주택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국내에서도 부산과 경남 마산 등에서 아파트 건설 등에 참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사 진행 여부는 파산관재인이 판단할 몫”이라며 “베트남을 비롯한 대부분 사업장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자체 시행 사업장은 부산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도급순위 35위인 벽산건설의 청산 여파는 법정관리 아래 M&A를 추진 중인 다른 9개 건설사에도 미칠 수 있다. 16위인 쌍용건설을 빼면 M&A 성사를 자신할 기업은 없는 형편이다.
건설경기 장기불황에 따른 인력이탈에 시달리는 이들 건설사는 영업기반이 약화돼 매출액은 줄고 있고, 자산 매각 등으로 현금성 자산 또한 대폭 감소하는 실정이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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