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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살아있는 듯 신비의 색감… 이도다완 500년만의 외출

입력 : 2013-11-08 06:00:00 수정 : 2013-11-08 10: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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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완벽 보존 조선 초기 제작 찻사발 발굴
한·일전문가 “日 국보 ‘기자에몬’ 능가할 걸작”

“다완이 살아있습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 미팅룸. 일본 다도계의 큰 어른이자 일본의 대표적 다도가문인 우라센케(裏千家)의 센겐시쓰(千玄室·90) 대종장(大宗匠)이 앞에 놓인 이도다완(사진)을 두 손으로 보듬고 명상에 잠겼다가 던진 일성이다. 수많은 명품 다완을 쓰고 감상해 온 그가 생애 처음으로 다완 평가에서 최고의 찬사인 ‘살아있다’라는 감흥을 표출한 것이다. 500년 만에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이도다완이 세계 최고의 다완 감식안을 가진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공인받는 순간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이도다완은 16세기(조선 초)쯤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전세품으로 모양과 비파색 등에서 이도다완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오랜 세월 지상에서 한 다완이 어떠한 손상도 입지 않고, 한 번도 쓰이지 않은 채로 전해져 온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도다완이 만들어질 당시의 아름다운 모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다도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북 정읍 지역에서 전해 내려온 것으로 알려진 화제의 이도다완은 국내의 한 도자기 마니아가 소장해 왔다. 세계일보가 준비 중인 기획시리즈 ‘한국다완의 미감’ 취재 과정에서 발굴됐다.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이도다완인 ‘기자에몬(喜左衛門)’을 능가하는 미감을 지녔다는 평가다. 지름 14cm, 높이 8cm, 무게 265g으로, 이도다완의 특징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이도다완 공개자리에 배석한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박동춘 소장은 “어린아이 피부 같은 촉감에서 내면적 온기와 깊이, 포용성, 도공의 심성, 예술미의 천연성이 생생히 전해지는 것 같은 걸작”이라며 “역사 이래로 우리의 미적 심미안이 어디에 맞닿아 있는지를 깊이 느끼게 해주는 다완”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미술품 감정 권위자인 이동천 박사는 “이도다완으로서의 모든 조건을 조화롭게 두루 갖춘, 조선 초 온전한 걸작이 발굴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며 “비파색·매화피·형태·크기·무게 등 이도다완의 원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현존하는 200여개 이도다완 가운데 최고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센겐시쓰 대종장은 7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우라센케 주관 ‘동아시아 평화기원 헌다식’에서 세계일보가 새로 발굴한 이도다완을 가지고 한·중·일 3국의 우호를 비는 차를 바쳤다. 그가 간곡히 다완을 한번 사용해 보고 싶다는 요청을 소장자가 받아들이면서 성사가 됐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이도다완이란… 

청자와 백자 중간 시기에 출현한 회청사기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다완이다. 한반도에 16세기 무렵 잠깐 등장했다 사라졌다. 굽 주위의 매화피와 아기 피부 같은 촉감, 비파색, 당당한 그릇 모양이 일품이다. 일본 다도 성립기에 중심 다기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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