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있는 가족이 그리워 자식들의 이름마저 이북(李北), 이남(李南)으로 지은 이효국(90) 할아버지는 21일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할아버지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가 지난 16일 90세가 되어서 처음으로 상봉 가족 명단에 올라 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부인 김순이(79)씨는 "남편이 2년 전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보고 싶어 중국 단둥(丹東)에 다녀온 뒤로 건강이 악화되셨다가 이산가족 상봉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력을 회복하셨다"면서 "이렇게 기약 없이 상봉이 연기됐으니 다시 건강이 악화하실까 봐 겁이 난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오늘 북에 있는 가족들 줄 선물도 사고 갈 때 입을 옷도 사려고 전주에 나왔다"면서 "그래도 아직 취소가 된 것이 아니니까 선물을 사서 들어갈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이효국 할아버지는 1945년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일어난 '반공 학생 투쟁'때 공산당의 핍박을 피해 친구들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 가족과 마지막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그 후 68년간 부모님은 물론 두 남동생의 생사조차 알지 못했다.
처음으로 상봉자 명단에 올랐지만 그 사이 부모는 물론 살아있으면 각각 81세와 77세가 됐을 남동생 효승, 효문씨도 안타깝게 모두 세상을 떠났다.
다행히 효승씨의 딸 리명심(53), 명희(51)씨 등 조카들이 살아있어 이번에 얼굴을 보게 됐다.
할아버지는 "조카들을 만나면 부모님과 동생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디에 묻혔는지를 가장 먼저 묻고 싶었다"면서 "북한에서 어서 빨리 입장을 바꿔서 이른 시일 내에 상봉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순이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고향에 둔 가족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두 딸 이름조차 이북과 이남이라고 지었겠어요. 꼭 좀 대화가 잘 돼서 예정대로 만나러 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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