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나항공기는 공항 착륙 5분 전까지도 순항했다. 문제는 활주로에 착륙하기 직전의 고도였다. 탑승객 벤자민 레비는 “처음에 여객기가 바다에 닿으려는 순간 다시 재상승하는 듯 하더니 이내 충돌했다”고 말했다. 스테파니 튜너는 “착륙하는 항공기를 본 순간 항공기의 접근 각도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증언했다. 사고기가 빠른 속도로 하강하다가 적정한 착륙 고도를 못맞춰 지상 30여m 상공에서 재상승을 시도했지만 방파제와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특이한 고도’를 낳은 원인을 찾는 것이 사고 규명의 키가 될 전망이다.
먼저 기체 이상 가능성이 일고 있다. 착륙 전 랜딩기어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동체 착륙을 시도했거나 시스템 제어 이상이 생겼다는 추론이다. 신상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사고기의 계기착륙장치(ILS)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조종사가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시계비행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CNN과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기장은 착륙 직전 관제탑과 교신에서 “응급차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관제사는 오전 11시20분30초 “214 항공기, 응급차량 준비됐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 측은 착륙 직전에는 어떤 이상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만약 착륙 이전) 기체에 이상이 생기면 아시아나항공 통제센터에 자동으로 메시지가 뜬다”며 “정황상 교신내용은 (착륙 이후) 지상에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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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조사반 출국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박정권 위원장(가운데)과 위원들이 아시아나항공 OZ 214편 충돌 사고 조사를 위해 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조종사 실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장이 기체 이상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점에서 조종 미숙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진행 중인 공사가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유명한 체슬린 슐렌버거 전 기장은 “당시 공항에서 진행되던 공사가 비행기 착륙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단정하기 이르지만 정부 당국이 이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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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하는 승객들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이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활주로에 충돌한 뒤 멈춰서자 승객들이 화염에 휩싸인 항공기에서 서둘러 빠져나오고 있다. 이 사진은 사고기에 탑승했던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수석 부사장이 탈출 직후에 찍은 것이다. 데이비드 은 트위터 |
한국과 미국 항공 당국은 합동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데버라 허스먼 위원장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관련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는 게 중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사고조사대책반을 현장에 급파했다. 합동조사반은 사고기 잔해 수거와 블랙박스 등 정보를 수집해 원인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국토부는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 조사에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사고 유형에 따라 블랙박스 해독 기간에 6개월에서 2년으로 차이가 나는데, 이번에는 지상에서 일어난 사고여서 해독 기간이 비교적 짧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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