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양유업 영업관리 직원의 욕설 사건이 큰 파문을 일으키면서 유통업계의 ‘밀어내기’ 수법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사가 대리점에 제품을 과도하게 떠넘기는 ‘밀어내기’는 식품업체뿐만 아니라 일부 주류, 화장품, 가전 등 전 업종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3년간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하던 A씨는 올해 초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당했다. 이유는 ‘남양유업 피해자협의회’ 활동을 했다는 것. 갑작스레 가게 문을 닫게 되는 바람에 권리금 1억5000만원을 날리게 됐다. A씨 외에도 대부분의 대리점주는 본사 횡포에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본사 영업사원의 눈밖에 나면 일터가 공중분해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대리점주들은 ‘찢어버리기’ 공포에 시달린다. ‘찢어버리기’란 본사가 눈밖에 난 대리점을 제외한 다른 곳에 모든 물량을 몰아줘 해당 대리점을 도태시키는 것을 뜻하는 업계 은어다. 한 관계자는 “주변 대리점이 공중분해되는 것을 보면 공포감이 생겨 본사 영업사원 말에 벌벌 떨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식품업체의 지방 대리점주는 본사가 해당 지역의 대형마트 납품도 맡기자 밀어내야 할 물량이 늘어난 데다 그에 따라 붙게 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작년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파문은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대리점 업주들에게 제품 구매를 강제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올 초에는 남양유업 전·현직 대리점주 7명은 본사가 제품 강매에 이어 명절 ‘떡값’이나 임직원 퇴직위로금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주장해 공정위가 조사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자사 제품을 일반 슈퍼나 마트 등 소매점에 많이 진열해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도 올리는 ‘푸시(Push) 전략’을 사용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종종 ‘밀어내기’로 변질된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밀어내기’는 우월적 지위를 가진 제조업체가 대리점에 물품을 강매하는 부당판매 행위”라며 “유통거래 표준계약서 확립과 ‘밀어내기’ 폐해 발생 시 징벌적 배상제도를 강하게 적용해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환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