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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먹는 하마?' F-35 전투기 훈련기지를 가다

입력 : 2013-03-29 11:47:30 수정 : 2013-03-29 11: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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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결함 의혹 씻으려는 듯… 시제기 쉼 없이 시험비행 “성능은 부풀려지고 생산비용은 실제보다 낮게 책정됐다.”

“미 국방부조차 록히드마틴의 ‘유인상술’에 걸려들었다.”

최근 수많은 오류와 결함이 발견돼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미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 부정적 여론은 급기야 국내로도 번져 기종 생산과 성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공군의 차기 전투기(F-X) 후보기종 가운데 도입이 가장 유력시됐지만 이젠 탈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제기된 의혹들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19일(현지시간) F-35의 시험비행이 이뤄지고 있는 에글린(Eglin) 미 공군기지를 찾았다. 미 플로리다주 오컬루사 카운티 발파라이소에서 약 5㎞ 남서쪽에 위치한 에글린 기지를 국내 언론이 찾은 것은 처음이다.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 있는 F-35 조립공장 전경. 현재 F-35 전투기 80대가 조립라인에서 대기 중이며, 월평균 3대가 생산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월 18∼20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항공기 추락사한 프레드릭 에글린 중령의 이름을 딴 이곳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기간 F-15C 전투기 기지로 활용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F-35 비행훈련센터로 전환돼 미국 내 F-35 비행훈련의 메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부지 면적은 서울시의 3배 크기에 달한다. 미 동부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전투기의 초음속 비행이 허용된 곳이기도 하다. 인근에 해상 무장사격시험장도 보유하고 있다.

부대 정문에서 인솔을 맡은 여성장교 카렌 로가노프 소령이 반갑게 맞았다. 그는 휴대전화와 카메라의 사용 자제를 요청한 뒤 곧바로 활주로로 안내했다.

미 공군과 록히드마틴 관계자들이 19일 에글린 기지 지상 격납고에서 F-35 전투기의 컴퓨터제어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점검 도중 왼쪽날개 끝에는 빨간색이, 오른쪽에는 파란색을 띤 외부충돌방지등이 깜박였고 수직날개도 좌우로 움직였다.
에글린 기지는 인접한 민간공항인 포트월턴비치 공항과 함께 2개의 활주로를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활주로에 가까워지자 굉음이 들려왔다. 소음을 막기 위한 장비로 귀를 막아야 접근이 가능할 정도였다. 굉음의 출처는 천막으로 지어진 지상 격납고(이글루). 이곳에서는 F-35A(CTOL·공군용) 전투기의 엔진연소시험이 한창이었다. F-35는 F-35A와 F-35B(STOVL·해병대용), F-35C(CV·해군용) 등 3개의 버전이 있는데 이 중 F-35A가 우리 공군의 도입 검토 기종이다. 인근 격납고에서는 내부 제어시스템 점검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활주로에선 또 다른 굉음이 들려왔다. 순간 F-35 2대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소음도를 측정하기 위해 소음방지 헤드폰을 벗었더니 고막이 찢어질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단발 엔진인 F-35의 엔진 추력은 4만파운드. 2만9000파운드인 F-15나 F-16 전투기의 곱절에 가깝다. 엔진 힘이 좋다 보니 자연 소음이 클 수밖에 없다. 만약 국내 도입된다면 소음 문제로 적잖은 민원에 시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W사가 제작한 F-135 엔진은 미 공군과 해군, 해병대용 F-35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엔진이다.

엔진 내부에는 400개 이상의 센서가 장착돼 수초마다 이상 유무를 파악하는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엔진을 5개 부분(모듈)으로 분해할 수 있어 정비가 용이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내부무장이 강화된 반면 덩치가 커지면서 익면하중(비행기의 무게를 날개 면적으로 나눈 무게)도 커져 공대공 전투 시에는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에글린 기지 F-35 엔진 정비창에서 P&W사 스탠 스티븐스 매니저가 최근 발생한 F-35 엔진 블레이드 균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엔진 날개 균열로 시험비행이 중단됐던 F-35가 재비행에 나서 열흘째 정상 운용 중인 것은 미 정부가 이번 일을 대수롭지 않은 결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F-35 엔진 정비창에서 만난 P&W사 스탠 스티븐스 매니저는 “F-35는 해당 군의 작전요구성능과 유지보수를 모두 만족시키는 전투기”라며 “특히 일반 전투기 엔진은 3단계의 유지보수 과정을 거치지만 F-35는 2단계만으로도 충분해 전체 운용유지비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보도된 엔진 블레이드(날개) 균열 문제를 지적하자 “시제기에 탑재됐던 엔진 블레이드에서 균열이 있었다. 반인치 정도 크기였는데 4세대 전투기에서 발견된 것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의 균열이었고 미미한 것이었다”면서 “조사결과 이 기종에 있는 엔진이 다른 F-35 엔진보다 더 많은 고열에 노출돼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가 된 시제기 엔진은 미 공군에서 요구하는 성능 조건보다 5∼6배 이상의 악조건하에서 속도와 추력을 점검받아왔다. 특히 저고도에서 최대속도 확장을 위해 초음속비행을 자주 했는데 이럴 경우 정상고도에서 비행할 때보다 더 많은 고열이 발생한다. 장시간 고열을 견디지 못한 터빈 날개에 무리가 온 것으로 파악됐고 구조적인 결함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으로 운용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무리하게 기동을 펼치다 결함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시 상황에서는 비정상적 기동이 예사로 이뤄질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의 논리는 다소 설득력이 약해 보였다.

F-135 엔진은 현재 3만시간 정도 비행 테스트가 이뤄진 상태로 2015∼2016년쯤 최종 목표인 20만시간을 채울 전망이다.

엔진 정비창을 지나 에글린 기지 항공훈련사령부 예하 33비행단 58비행대대를 찾았다. 이곳은 F-35 조종사의 비행교육과 훈련을 전담하는 부대다. 건물 곳곳에서 부대 닉네임인 ‘고릴라’가 그려진 휘장이 목격됐다.

F-35 전투기 훈련비행을 담당하는 맷 존스턴 소령이 19일 에글린 공군기지를 찾은 기자들에게 F-35의 성능과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F-35가 기동면에서 4세대 F-16 기종과 매우 흡사해 숙달에 8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앤드루 토스 33비행단 단장(대령)은 “현재 에글린 공군기지에서는 모두 13대의 F-35가 운용 중인데 앞으로 59대로 늘려나갈 방침이며, 조종사 양성은 연간 100여명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한국이 F-35를 선택한다면 한국 조종사들이 여기 와서 나를 봐야 할 것이고 또 그렇게 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듯, 하늘에서는 F-35 시험비행이 쉴 새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플로리다 에글린 공군기지=박병진 선임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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