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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그림으로 20만∼30만원에 떠돌다 경매 나와"

입력 : 2013-03-18 01:41:29 수정 : 2013-03-18 01: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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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천 박사 3년 전 260만원에 낙찰 고려수묵화로 추정되는 ‘독화로사도(獨畵鷺?圖)’를 발굴한 이동천(48·사진) 박사는 3년 전 경매회사 사이트를 살펴보던 중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조선시대 유하노인(柳下老人)의 작품이라고 소개된 그림을 보는 순간 가슴이 쿵쾅거렸다. 고려시대 유행했던 문인화풍이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작품은 미술시장에서 퇴경(退耕) 권상로(權相老·1879∼1965) 동국대 초대 총장의 그림으로 거래되었다. 하지만 거래과정에서 족자의 표구 상태가 오래되어 조선시대 작품으로 다시 분류돼 경매시장에 나오게 되었다.

이 박사는 경매 전시장으로 달려가 실물을 확인했다. 그림은 남루하기 그지없었다. 종이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고, 군데군데 찢기고 더럽혀진 상태였다. 작품을 거는 줄은 이미 끊어져서 남아 있는 지승(紙繩·종이 실)에 녹슨 철사를 이어 놓았다.

작품 뒤 아랫부분에 덧붙여진 종이를 자세히 보면 검정 볼펜으로 ‘동국 초대 총장. 20만(万)’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이 작품이 시장을 전전하는 가운데 어느 골동품 상인이 20만원에 산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억하기 좋게 작품 뒤에 샀을 때 가격을 직접 써넣는 것은 상인의 행동이다.

이 박사는 “그림 속 주인공은 쇠백로이고, 바닷가 섬마을은 그 배경에 불과해 단순한 산수화가 아니다”며 “새에 감정이입을 통해 자신의 정서를 표현한 문인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고려의 전형적인 문인화풍이라는 얘기다. 세밀한 필선과 입체감 있는 먹처리는 몰골기법(沒骨技法·동양화에서 윤곽선을 그리지 않고 먹이나 물감을 찍어서 한 붓에 그리는 화법)으로 착각할 정도로 정교해 수작이란 평가다.

한 중진 미술사학자는 “실물 고려 그림이 빈곤한 상태에서 고려수묵화의 발굴은 고려미술사 연구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그는 “당시 화가들은 그림에 자신의 서명이나 날인을 하지 않고 그림과 관련된 시를 썼다”며 “이런 형태로 보아 북송 화풍에 영향을 받은 고려 그림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원로 교수는 “진위는 고증을 거쳐야 확신할 수 있지만 사실이라면 대단한 발굴”이라면서도 “이 박사가 그동안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많이 해 신빙성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시대 수묵화로 추정되는 ‘독화로사도’.
이동천 박사 제공
이 박사는 2010년 3월 20일 경매에서 30만원에 나온 이 그림을 경합 끝에 260만원에 최종 낙찰받았다. 중국 양런카이(楊仁愷·1915∼2008) 문하에서 감정학을 배운 이 박사는 2001년 중국에서 귀국 후 명지대 대학원에 예술품감정학과를 개설했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10년째 서화감정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2008년 ‘진상’ 책을 펴내 고질적인 한국 고미술계의 가짜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진위 논란을 학문적 차원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편완식 선임기자, 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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