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最古 고려수묵화, 그림 속 배경은

입력 : 2013-03-18 01:29:49 수정 : 2013-03-18 01: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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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화풍의 쇠백로·주막집… 대문호 이규보 묘사 그대로
이규보가 詩로써 전하고자 한 명화…800년 지난 현재에 그 모습 드러내
고려의 대문호 이규보는 어느 날 스님 온상인이 소장한 백로 한 마리가 그려진 그림을 감상하고 시흥에 젖는다.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그의 시 ‘온상인소축독화로사도(溫上人所畜獨畵鷺?圖)’가 바로 그 시다.

“그대는 못 보았는가, 이백이 지은 시에서 마음의 한가로움을 이야기한 것을/ 오다가다 모래톱 가에 홀로 서 있네/ 누구의 그림 솜씨가 이토록 신통한가/ 그림 그린 묘한 뜻 이백의 마음과 방불하구나/ (후략).”

이규보는 ‘백로 한 마리가 홀로 그려진 그림’인 ‘독화로사도’를 마주했지만, 이미 100년 가까이 된 옛 그림이라 화가의 창작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그는 혼자 한참을 궁리하다 당나라 이백(李白·710∼762)의 시 ‘백로(白鷺)’를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가을 맑은 물가에 백로가 내려오네/ 마치 흰 서리 날리듯 외로이 내려오네/ 마음이 한가로운 듯 얼마 동안 가지 않고/ 물가 모래톱 가에 홀로 서 있네.”

이번에 발굴된 ‘독화로사도’의 모습을 그대로 말해준다. 이규보가 시를 써서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했던 명화가 800년이 지난 오늘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림의 풍경 속으로 다시 들어가 보자. 민가와 떨어져 주기(酒旗)가 걸린 주막이 보인다. 이규보의 시 ‘주막의 깃발’이 연상된다.

서화감정학자 이동천 박사가 발굴한 ‘독화로사도’ 중 주막과 쇠백로(오른쪽) 부분을 확대한 사진. 이규보의 시에도 주기(酒旗)와 함께 등장하는 주막은 고려시대의 전형적인 모습이고, 쇠백로는 북송 문인화풍으로 금나라 도자기·베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봄바람이 주막의 푸른 깃발 날리니/ 멀리서 한번 보매 컬컬한 목 축여지는 듯/ 무뢰한 수양버들 요란히 흔들리어/ 시흥 어린 눈으로 뚜렷이 보지 못하게 하네/ 오직 백만 전을 가지고 술을 마실 뿐/ 술집의 푸른 깃발 보이든 말든 물을 것 없네/ (후략).”

그림 속 무대는 섬이다. 이동천 박사는 송과 고려의 해상 교류 거점인 군산도(고군산군도 중 선유도)의 경치에 주목한다. 망주봉 위에 그려진 정자는 군산정과 관계가 있다.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망주봉과 군산정에 대해 묘사한 장면과도 일치한다. 1074년 이후 송나라와 고려 사람들은 협계산(소흑산도)-군산도(선유도)-마도(안면도)-자연도(영종도)-예성항(벽란도)을 잇는 뱃길로 교류했다. 독실산이 보이면 고려에 도착한 것으로 여겼다. ‘고려도경’은 두 봉우리를 쌍계산이라 했다.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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