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달부터 한·미 간 정책 협의 테이블에 이 협정의 개정을 최대 현안으로 올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국내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규모가 조만간 한계에 달하는 데다 미 의회의 사정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중 타결짓지 않으면 협정 만기일(내년 3월)을 넘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 비확산’을 강조하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핵 도미노’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한국의 요구에 순순히 응할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외교가 시작부터 큰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미국의 동의 없이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를 못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그간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했다. 국내 사용후 핵연료는 2009년 기준으로 사용후 핵연료가 1만t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 3년 뒤면 기존의 핵 폐기물 저장소는 포화 상태에 이른다.
미 의회의 복잡한 사정도 한·미 양국의 협상을 서두르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현 협정은 내년 3월19일 만료되지만 미 의회의 비준절차와 일정을 감안하면 실제 협상 가용기간은 길게 잡아도 6개월 정도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가속페달’ 밟는 朴당선인
하지만 정부가 협상을 서두는 데는 무엇보다 박 당선인의 의지가 제일 크게 작용했다. 박 당선인은 미 정치인과 관료들을 접견할 때마다 한·미 원자력 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미 하원 의원단, 앞서 지난달 16일 미 정부대표단을 각각 만나는 자리에서도 ‘한국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의 정책협의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지난 6∼10일 방미했던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도 미측 인사들과의 회동 때마다 원자력 협정 문제를 꺼내들었다고 한다.
미 정치권 사정에 밝은 외교소식통은 “박 당선인을 만난 미 정치인과 관료들이 이 협정이 한·미 간 최대 현안으로 제기되는 것에 적지 않게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朴 외교력 시험대 올라
한·미는 2010년부터 협정개정을 논의했으며 이미 상당한 의견접근을 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양국은 핵 우라늄 농축에 대해선 미국의 핵연료 농축시설 지분을 우리가 일부 가지는 방식, 핵연료 재처리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이 10년간 ‘파이로 프로세싱’을 공동 연구하는 식으로 이견을 좁혔다. 파이로프로세싱은 플루토늄 추출이 어려워 무기화 가능성이 낮은 재처리 기술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 마감을 코앞에 두고 한국이 다시 핵연료 재처리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 미측은 불편한 심기다. 미 의회조사국은 이달 초 발간한 ‘한·미 관계 보고서’에서 이 협정에 대해 “한국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을 원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 대한 도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외교소식통은 “북핵 개발 등으로 미국 내에서 비확산파가 힘을 얻고 있는 만큼 협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우리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 의지와 비확산 노력 등에 대해 미측의 이해를 얻는 데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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