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거리 올림픽 오벌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오벌과 함께 세계 기록의 산실로 불리는 경기장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세계기록 목록을 살펴보면 모두 캘거리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팀추월을 포함한 14개 남녀 주요 종목 가운데 7개가 캘거리에서, 7개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나왔다.
두 경기장은 웬만한 베테랑 선수들도 "속도가 워낙 잘 나오다 보니 오히려 조금 겁이 날 때도 있다"고 털어놓을 만큼 속도가 잘 붙기로 이름이 높다.
이렇게 두 곳에서 유독 기록이 잘 나오는 것은 역시 환경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캘거리 올림픽 오벌은 해발 1,034m에, 솔트레이크시티 오벌은 해발 1,425m의 고지대에 각각 자리 잡고 있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피드스케이팅은 전신 수영복처럼 공기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특수소재 전신 경기복을 입고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정도로 공기 저항에 민감한 종목이다.
고지대라 상대적으로 공기 밀도가 낮아 저항을 덜 받고 질주할 수 있다 보니 캘거리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고도가 높은 만큼 산소도 희박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그러나 한국 선수단은 매년 캘거리에서 6주 이상 전지훈련을 하기 때문에 이런 조건에 대한 적응도 많이 돼 있는 편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김관규 전무이사는 "특히 캘거리는 '제2의 태릉'이라 부를 정도로 선수들이 편안하게 여기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캘거리 특유의 건조한 날씨도 좋은 빙질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습도가 높으면 얼음판 위에 성에가 많이 끼고, 그만큼 표면이 울퉁불퉁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캘거리는 날씨가 건조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성에가 덜 끼고 그만큼 얼음판의 활도도 높아진다.
물론 탁월한 빙질을 유지하려면 세심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얼음을 만들 때 이물질이 적은 순수한 물로 얼음을 만들면 분자들이 훨씬 잘 엉겨붙어 매끈한 빙판을 만들 수 있다.
유럽의 야외 경기장 중에는 경기 전 얼음 위에 정수된 물만을 뿌리는 곳도 있다.
캘거리와 솔트레이크시티 역시 철저히 깨끗하게 관리한 물을 이용해 '기름을 바른 것처럼' 매끈한 표면을 자랑한다.
경기장 실내 온도를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섭씨 -11도의 빙판이라도 경기장 온도가 높으면 그 표면이 자연스럽게 녹아 스케이트가 훨씬 잘 미끄러진다.
물론 너무 녹으면 빙판이 쉽게 파이기 때문에 오히려 마찰이 심해지므로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경기력을 끌어올리기에 가장 이상적인 실내 온도는 15~16도 정도라고 한다.
캘거리는 섭씨 16도 정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날듯이 빙판 위를 질주할 수 있다.
최근 전성기를 맞은 이상화의 기량이 최고의 경기장을 만나 세계 신기록을 작성한 셈이다.
이상화는 다음주 솔트레이크시티로 옮겨 스프린트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다.
또 다른 기록의 산실로 자리를 옮긴 이상화가 기록 행진을 계속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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