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수 인종 출산 아동 수 사상 첫 백인 아동 숫자 앞질러 미국의 얼굴이 달라지고 있다. 다수의 청교도 백인과 흑인 및 중남미 지역 출신 히스패닉을 주축으로 한 소수인종이 섞여 있던 인구 구성비에 급격한 변화가 오고 있다. 지난해에 역사상 처음으로 소수인종의 출산 아동이 백인 아동 수를 넘어섰다. 지난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미국 인구 증가율의 92%가 소수인종 증가로 이뤄졌다. 2024년 이후에 미국에서 백인은 소수인종으로 전락한다. 또 인구고령화로 2030년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 구성비의 급격한 변화로 미국 정치 지형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현재 추세로 가면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원을 점령하고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는 현재의 정국 구도가 굳어질 공산이 크다.

◆가속도 붙는 인구 변화
미국의 인구 변화는 정치, 선거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 사회 복지, 종교와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거대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백인이 크게 위축되고 히스패닉, 흑인, 아시안 등이 급성장하고 있다. 소수인종 중에서도 히스패닉 인구가 가장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히스패닉 이민자가 미국으로 밀려들어 오고 상대적으로 젊은층에 속한 히스패닉이 미국에서 출산을 함으로써 히스패닉 아동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이 유럽 등의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국가로 남아 있는 것도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의 유입과 높은 출산율 덕분이다. 2000∼2010년 히스패닉 인구는 43% 늘어나 이제 5000만 명이 넘었다. 미국에서 히스패닉의 출산율은 백인보다 60%가 더 높다. 아시안도 지난 10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나 현재 1700만명가량이다. 이 기간에 흑인 인구는 15.4% 늘어나 4200만명가량이다. 미국 인구는 줄잡아 3억1500만명 정도다.
다른 인종 간 결혼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2010년 진행한 조사에서 미국의 타인종 간 결혼 비율이 전체의 1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0년의 6.7%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아시안은 다른 인종과 결혼하는 비율이 가장 높아 28%나 됐다. 백인이 다른 인종과 결혼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미국이 ‘갈색 인종화’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미국의 의회 전문지 CQ 리서처 최신호가 지적했다.
다른 인종 간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퓨리서치 조사에서 지난 1986년에는 응답자의 3분의 1가량이 다른 인종 간 결혼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지난해에는 그 비율이 3분의 2로 올라갔다.
영국 등 유럽에서 건너와 미국을 건국했던 신교도(프로테스탄트)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제 더는 다수가 아니다. 지난해 자신을 신교도라고 규정하는 미국인은 48%에 그쳤다. 2007년까지는 그 비율이 53%였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 진전 파장
미국에서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가 2050년 현재보다 2배로 늘어나 8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했다. 또 현재 65세인 사람은 앞으로 평균 25년가량 더 살 것으로 분석됐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연령이 올라가고 있다. 보스턴대 연구팀이 2010년 조사에서 65세 이상 인구 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23%로 나타났다. 1994년에는 그 비율이 16.8%에 그쳤다. 여성 고령층의 노동 현장 참여 비율도 올라가고 있다. 1988년에 65세 이상 여성 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7.4%였으나 2010년에는 약 2배가량 늘어난 13.8%를 기록했다.
인구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는 19일(현지시간) “노년층이 은퇴 시기를 늦춰 젊은층의 실업률이 올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년층과 젊은층이 노동 현장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들이 일자리를 놓고 서로 싸우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노년층 증가로 의료 관련 수요가 늘어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90대 이상의 초고령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이들을 지원하는 시설과 일자리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 |
미국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해 10월 한 히스패닉 여성이 “라틴계 여성은 오바마와 함께한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
윤순구 워싱턴 총영사는 최근 브리핑에서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약 217만 명이라고 말했다. 퓨리서치센터는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인을 170만6822명으로 추정했다. 이 중에서 한국 국적자가 42%가량이고 미국 시민권자는 58%나 된다. 미국에서 한국계 등 아시안 이민자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히스패닉을 앞질렀다. 퓨리서치센터는 2010년 아시아계 이민자는 43만명으로, 37만 명에 그친 히스패닉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히스패닉 이민자가 일시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미국에서 아시안 인구 구성비는 중국계 23.2%, 필리핀계 19.7%, 인도계 18.4%, 베트남계 10%, 한국계 9.9%, 일본계 7.5% 등의 순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