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남용 폐해 줄이기 처방에 주력
기업 길들이기 세무사찰 사라질 듯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0일 경제분야 권력기관 구조 개편에서 기존 권한을 타 기관으로 분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박 당선인은 지난 7일 주재한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인수위가 새것을 내놓는 게 아니라 기존 상황에서 잘못된 것을 제대로 진단·처방하고 새 정부의 출발 단계에 시행착오가 없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 때처럼 ‘전봇대’를 뽑는 극약 처방이 아닌 ‘손톱 밑 가시’부터 제거하는 미세 처방을 요구한 것이다.
박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폐지 방침을 밝힌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다른 기관에도 부여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공정위의 고발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독점’하지 않고 다른 기관에도 개방토록 한 것이다. 시장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전문성도 담보한다는 복안이다. 인수위는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옛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정책 기능과 재정경제부 금융정책 기능을 통합해 금융위원회를 만들어 정책기능을 전담케 하고 집행기능은 금융감독원으로 나눈 사례를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의 고발권을 나눌 대상 기관으로는 검찰과 감사원, 중소기업청, 조달청,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거론된다. 일단 이들 기관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원장이 의무적으로 고발토록 하거나 이들 기관이 직접 검찰에 고발토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조사권 강화와 관련해서는 공정위가 불법하도급이나 고질적 담합 사건을 조사하는 전담 인력에 특별사법경찰관 신분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지휘·감독 권한을 어디에 둘지가 논란거리다. 학계 등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전속고발권을 완전히 폐지해 소비자·피해자, 시민단체에까지 고발권을 나눠주는 데는 조사권 남용과 기업활동 위축 등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개혁 논의도 같은 맥락이다. 인수위는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을 폐지하는 대신 이들이 갖던 기업체 특별조사를 정례조사 담당인 1, 2, 3국과 각 지방청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와 마찬가지로 기존 조직 내에서 권한을 넘겨받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특정 전담부서에 몰아주면서 ‘정권의 권력 남용’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때 막강한 권한과 조사능력 때문에 ‘청와대 특명조사국’으로도 불렸던 4국은 정권이 기업체를 길들일 목적으로 ‘세무사찰’을 하는 데 동원한다는 의혹을 남겼다.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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