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과도한 마케팅 논란

‘광해’는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광해군을 대신해 똑같은 외모의 광대가 왕 역할을 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의 흥행 비결로는 탄탄한 만듦새에 더해 배우들의 열연, 대선 정국과 맞아떨어진 메시지, 한국영화의 상승세가 꼽힌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병헌과 류승룡 투톱에 장광까지 세 남성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고 분석했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이 바라는 지도자상을 쉽게 전한 점도 주효했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광해’는 대선정국과 맞물려 범박한 의미의 대통령상을 얘기함으로써 흥행에 성공했다”며 “대통령학을 조선시대 버전으로 풀어내 현실 정치의 복잡한 구도를 생략해버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오로지 ‘대통령은 저런 사람을 뽑아야 돼’ 하는 심정적 동조를 강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올해 두드러진 30·40대 관객의 증가 경향은 ‘광해’에서도 여전했다. 온라인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광해’ 예매율은 30대 43.9%, 40대 24.7%로 두 연령대가 전체의 3분의 2에 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000만’이라는 상징성을 얻기 위해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서 물불 가리지 않는 마케팅을 동원했다고 지적한다. ‘광해’의 순제작비는 60억원대. 여기에 홍보·마케팅 비용만 30억원이 더 들어갔다. 개봉 전부터 대규모 시사회를 벌인 것을 비롯해 마케팅 공세로 다른 영화를 압도했다. ‘광해’는 또한 지난달 초 갑자기 개봉일을 1주일 앞당겨 대기업의 횡포라는 비난을 받았다. 미국 영화 ‘데이브’를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광해’는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1000만명을 달성했다”며 “영화표 1+1 이벤트까지 동원할 정도로 1000만이라는 수치에 너무 집착한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황진미 평론가 역시 “‘광해’는 800만명 정도는 자연적으로 끌어들일 만한 영화인데 이를 1000만명으로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움직임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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