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성공한 남자의 전유물에서 편의점까지 진출한 시가의 매력

입력 : 2012-09-07 11:19:46 수정 : 2012-09-07 11:19:46

인쇄 메일 url 공유 - +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헤르만 헤세, 말론 브란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강렬한 남성미와 우수에 찬 눈빛, 그리고 고집스럽게 입에 물고 있는 시가(Cigar)가 아닐까. 시가 애호가로 알려진 이들의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시가는 부(富)나 권력을 가진 성공한 남자의 상징이었다. 담배처럼 일반화되지도 않았고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아 심리적 문턱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외모뿐 아니라 취미생활에 적극 투자하는 남성들이 늘면서 시가 소비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특급호텔에서나 구입할 수 있던 시가가 편의점까지 진출하는가 하면, 다양한 종류의 시가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가 전용 바(BAR)와 시가 정보를 주고받는 시가 동호회도 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시가바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하바나&시가 디번’의 이창우 지배인은 “비즈니스 때문에 방문한 외국인 고객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문을 연 뒤 강남 일대 50∼60대 부호층 고객이 가장 많았는데 최근에는 30∼40대 젊은 고객도 늘고 있다”며 “단골 중 3분의 1은 담배를 끊으려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시가 코히바
#시가, 여유로운 마음가짐부터 준비해야

시가를 비싼 담배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알고 보면 시가는 담배보다는 와인과 비슷한 점이 많다.

흡연 방식부터 시가와 담배는 다르다. 담배는 연기를 폐로 들이마시지만, 시가는 입을 동그랗게 해서 입안 가득 연기를 채웠다가 다시 내뱉는 소위 말하는 입담배다. 혀로 맛을 느끼고, 천천히 코로 향을 음미하는 것이다. 토양과 재료에 따라 견과류·꿀·가죽·유제품 등 다양한 향이 난다. 산지와 숙성도, 브랜드 등에 따라 맛과 값어치가 달라지고, 경험과 훈련을 통해 일정 수준에 이르러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점도 와인과 닮았다. 시가는 위스키나 브랜디뿐 아니라 와인과도 잘 어울려 우리나라에서도 시가를 함께 파는 와인바가 늘고 있으며, 소믈리에가 와인과 잘 맞는 시가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2∼3분이면 피는 담배와 달리 시가는 최소 20분에서 길게는 1시간 넘게 걸린다. 시가를 즐기려면 무엇보다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한 이유다. 시가를 기호식품이 아닌 취미생활로 분류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고급 시가는 쿠바산을 꼽는다. 국내 수입되는 시가도 쿠바산과 도미니카 공화국 제품이 가장 많고 대부분 수제품이다.

담뱃잎을 기계로 잘게 잘라 화학적 방법으로 처리하는 담배와 달리 시가는 나무 한 그루를 세 단계로 구분, 세 종류의 잎을 딴 뒤 성분에 따라 6개월∼2년간 자연숙성시킨다. 시가 맛은 어떤 잎을 어떤 구성비로 섞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아무나 만들지 못한다. 시가 잎을 돌돌 마는 롤링 공정은 3∼6개월의 수련과정을 거쳐야만 할 수 있고, 잎 구성비를 결정하는 블랜딩은 10년이상 롤링 경험이 있는 시가 마스터만 할 수 있다. 쿠바에서는 와인 소믈리에 못지 않게 인정받는 직업이 바로 시가 마스터다. 국내에서도 종종 쿠바의 시가마스터를 초청해 롤링 시연을 하기도 한다. 

시가는 제조공정이 까다로운 만큼 환경에도 민감하다. 이상적인 저장 조건은 섭씨 18~20도, 습도는 70% 정도. 더운 곳이나 에어컨이 작동하는 곳에 두면 한 시간도 안돼 말라버리기 때문에 수제 시가를 파는 곳은 온·습도계와 가습기, 시가용 냉장고인 휴미더(Humidor)를 갖추고 있다.

쿠바나 도미니카공화국의 수제 시가 가격대는 개당 6000∼9만원 선으로 여전히 비싼 편이다. 하지만 브라질산과 벨기에 독일 등 유럽산 머쉰 시가(기계로 만든 시가)나 시가릴로는 1만원 안팎이다. 시가보다 짧고 얇아서 미니 시가라고도 하는 시가릴로(Cigarillos)는 일반 담배처럼 초콜릿, 헤이즐넛 같은 향이 첨가되고 가격이 저렴해 젊은층이나 여성들이 좋아한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제공
#에티켓과 잘못된 상식

시가는 성냥이나 전용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데, 기름 라이터를 쓸 경우 각종 불순물이 시가의 맛과 향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수제 시가는 필터가 없기 때문에 끝까지 피지 않는다. 시가를 3분의 2정도 태우면 연기가 뜨거워지면서 맛이 강해지는데, 거칠고 불쾌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끌 때가 된 것이다. 일부러 비벼 끄지 말고 가만히 재떨이에 올려놓고 저절로 불이 꺼지기를 기다린다. 피던 중 불씨가 꺼지면 탄 부분을 가볍게 털어낸 후 다시 불을 붙여 이용하면 된다.

보통 싱글 몰트 위스키, 브랜디 등 독한 술과 함께 피는데 과음한 상태에서 시가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서울시가클럽의 장철웅 과장은 “둘 다 향이 강해 충돌할 수 있는데다 몸에도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시가를 필 때 술은 거들어주는 정도로만 마시는 것이 좋다”며 “시가의 바디를 감싸고 있는 래퍼에 술을 적셔 마시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래퍼가 찢어질 수도 있고 시가 고유의 맛을 헤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가를 휴미더에 보관할 때 사과를 잘라 넣으면 숙성이 잘돼 맛이 좋아진다는 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 관련기사 ]

시가를 즐길 수 있는 곳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