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지역에서 아르바이트하던 피자가게 사장에게 성폭행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모(23)씨의 어머니 김모(49)씨는 23일 서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서산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피해 대책위원회 출범 및 서산시민 1만명 서명운동'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비장한 목소리로 이렇게 심경을 토로했다.
이씨를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첫 발언에 나선 김씨는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우리 딸은 이렇게 갔지만 지금도 젊은 아이들이 아르바이트하면서 임금착취를 당하고 있다. 나라가 법을 정해 19세 이상만 아르바이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제 마음을 여러분이 헤아려 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함께 참석한 아버지 이모(52)씨는 딸을 잃은 아픔에 시종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이씨와 중·고교 동창인 친구 조모(23.여)씨는 "아르바이트하던 피자가게 사장이 도대체 어떻게 협박을 했길래 내 친구가 자살을 했느냐"라며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우리 얼굴을 볼 수 있을 때 말해주지 그랬니"라며 울먹였다.
조씨는 "부디 재판으로 가해자가 친구의 한이 풀릴 만큼의 죗값을 받을 때까지 시민들이 지켜봐 달라"며 말을 마쳤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하며,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낀다"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딸을 잃은 부모님께 죄송스럽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서산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산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피해 대책위는 성명을 내고 "가해자의 여죄와 사태의 진상을 공정하고 명명백백히 수사해 엄중처벌할 것을 촉구한다"며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한 노동권 및 인권실태 조사를 민·관·경 합동으로 시행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시민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해 숙연한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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