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서워”… 흉기난동 트라우마

30대男 지하철 의정부역서 휴일 ‘묻지마 칼부림’… 8명 부상

30대 남자가 지하철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다른 승객의 항의에 격분해 흉기를 휘둘러 승객 8명이 중상을 입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휴일 저녁 지하철 역사를 공포로 몰아넣은 광란의 ‘묻지마 흉기난동’으로 지하철 이용객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18일 오후 6시35분 경기도 의정부시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서울 방면 승강장에서 유모(39·일용직 근로자)씨가 불특정 승객을 상대로 공업용 커터칼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승객 최모(27·여)씨 등 8명이 중상을 입어 119구조대에 의해 의정부성모병원과 의정부백병원, 의정부의료원, 상계백병원 등 4곳으로 후송돼 봉합수술을 받았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난동을 부리는 동안 승강장은 부상자들이 흘린 피로 얼룩졌고 승객 수십명이 유씨를 피해 역사 밖으로 대피하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유씨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다른 승객이 항의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는 서울 방면 전동차 둘째 칸에서 갑자기 바닥에 침을 뱉은 뒤 셋째 칸으로 이동했다.

이를 본 A(18)군이 유씨를 따라가 “어른이 공공시설에 침을 뱉으면 되느냐”며 따지자 유씨는 이를 피해 전동차에서 내려 개찰구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하지만 A군이 옆에 있던 여성과 함께 쫓아가 “왜 침을 뱉느냐”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사과를 요구하자 갑자기 바지 주머니에 있던 커터칼을 꺼내 A군과 일행에게 휘둘렀다. 유씨는 이어 반대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승강장으로 내려가 최씨 등 다른 승객 6명에게도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한 목격자는 “30대 남성이 갑자기 흉기를 휘둘러 바닥에 피가 떨어지고 승객들이 혼비백산했다”며 “한 승객은 흉기에 얼굴을 다쳐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동차에 탑승한 뒤 바닥에 침을 뱉는 과정에서 승객 A군과 시비가 일었고 A군이 계속 쫓아와 다그쳐 순간적으로 격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목수 일 등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유씨는 인명을 해칠 수 있는 공업용 커터칼을 늘 휴대하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전날 몸 수색에서 범행에 사용한 커터칼 외에 같은 커터칼 1개를 더 갖고 있었다.

유씨는 1, 2차 범행 이후 현장으로부터 120m가량 떨어진 역전 로터리까지 달아나던 중 도움 요청을 받고 뒤쫓아간 공익근무요원, 시민 등과 대치하다가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날 유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의정부=김영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