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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미얀마 모델 배워라"… 北에 변화 촉구 메시지

입력 : 2012-05-14 20:53:28 수정 : 2012-05-15 0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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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방문에 담긴 의미 “장기 독재정권이 무너지는 새로운 바람이 북부 아프리카, 시리아를 통해 미얀마까지 오고 있다. 이는 세계사적인 조류로 어느 누구의 힘으로도, 총칼로도 막을 수 없는 하나의 역사적 흐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 초청 다과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상 북한에 미얀마 모델을 배우라는 주문이다. 미얀마 모델이란 장기간 군사독재가 이어지던 미얀마가 먼저 정치개혁과 경제개방을 추진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되고 있는 선(先)변화·후(後)지원 모델을 말한다. 이 대통령의 14일 미얀마 국빈방문은 정치개혁과 경제개방의 현장을 직접 찾음으로써 북한에 변화를 촉구하는 대북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

한·미얀마 정상회담 미얀마를 국빈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14일 네피도 대통령궁에서 한·미얀마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네피도=연합뉴스
북한과 미얀마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쌍둥이 취급을 받아왔다. 장기독재, 인권탄압, 폐쇄경제로 상징되는 양국의 체제가 닮은꼴이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중국의 지원과 지지가 정권 유지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비슷했다.

1983년 10월 북한 공작원에 의한 아웅산 테러 사건 이후 미얀마가 북한과의 단교 조치를 했으나 국제 왕따 신세였던 북한과 미얀마가 2007년 4월 복교하고 밀착한 것도 동병상련의 고립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북한과 군사정권 시절 미얀마는 급속도로 군사관계를 강화했으며 북·미얀마 간 핵개발 커넥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방문에는 북·미얀마의 군사협력 관계를 끊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은 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에 대해 “지난해 테인 세인 대통령의 신정부 출범 후 민주화 조치 등 미얀마가 굉장히 공격적으로 많은 정책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미얀마 개발 문제 등에서 한국이 대안을 마련하고 협력의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미얀마 정상회담에서 미얀마와 새마을운동 시범 사업을 시행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행정안전부는 이와 관련해 2월 새마을운동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협력국가인 미얀마에 새마을운동 성공사례를 전수하기 위한 대표단을 파견한 바 있다.

새마을운동 방식을 통한 ODA 사업은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해 개도국 스스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미얀마 내 한류 확산 추세에 부응해 스포츠·문화 분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국책 연구소 설립 지원, 장학생 초청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약속했다.

미얀마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0년 10월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이 21년 만에 해제되고, 지난해 테인 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민간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정치범 600여명 사면, 60여년간 반정부 투쟁을 해온 소수민족 카렌족 반군과의 평화협상 타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이 압승한 지난 4·1 재·보궐 선거 결과 수용 등 과감한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미얀마의 변화에 국제사회는 제재 완화와 경제지원으로 보상하고 있다.

일본은 3000억엔(약 4조2000억원)의 부채를 탕감하고 부채 탕감액의 두 배에 달하는 거액 차관 제공을 약속했다. 미얀마를 반민주 국가로 거론했던 미국은 지난해 11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했으며 최근 제재 해제 방침을 정했다.

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은 천연가스, 원유, 철광석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경쟁에 합류하는 의미도 있다. 한국은 미얀마의 4대 투자국으로 170여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네피도=김청중 기자 ck@segye.com 20120514022403 29년 '금기의 땅' 밟다 미얀마를 국빈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네피도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은 1983년 10월 아웅산 테러사건 이후 29년 만에 처음이다. 미얀마=연합뉴스 //img.segye.com/content/image/2012/05/14/20120514022403_0.jpg 1 5 09 6 저작자 표시 + 변경금지 N 20120514022688 29년 '금기의 땅' 밟다 20120514183152 20120514225750 20120514185904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이틀 일정으로 미얀마를 국빈 방문했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1983년 아웅산 테러 사건 이후 29년 만에 처음이다.  미얀마를 국빈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네피도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은 1983년 10월 아웅산 테러사건 이후 29년 만에 처음이다. 미얀마=연합뉴스이 대통령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 도착, 테인 세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미얀마의 군사협력 단절, 경제·통상 협력 강화, 개발 경험 공유 등 양국 관심사를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15일 옛 수도인 양곤으로 이동해 민주화의 상징이자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와 만난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미얀마 민주화와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한 수치를 격려하고 한국을 방문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미얀마의 개혁을 긍정 평가하면서 미얀마에 대한 유·무상 원조를 지금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은 북한이 개혁·개방이 나선다면 국제사회의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대북 메시지로 풀이된다. 1962년 이후 군부 독재가 이어진 미얀마는 2010년 11월 20년 만에 총선을 치르고 지난해 3월 민간 정부가 출범한 뒤 민주개혁·경제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그동안 계속된 대미얀마 제재를 완화·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외교부 장관으로는 1985년 이후 처음 방문하면서 한·미얀마 고위급 교류를 재개했다.이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문제를 논의하고 양국이 이와 관련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대책을 강구해 나아가기로 했다.네피도·베이징=김청중 기자 ck@segye.com◆아웅산 테러 사건=1983년 10월 전두환 대통령의 미얀마(당시 국호 버마) 양곤(당시 랑군) 방문 때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북한 공작원이 설치한 폭탄 테러에 의해 서석준 부총리, 이범석 외무장관 등 17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 이기백 합참의장 등 15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아웅산 국립묘지는 건국영웅이자 수치 여사의 부친인 아웅산 장군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다. 20120514022644 北 모르게… 암호명은 신기원 20120514181758 20120515003745 20120514190234 암호명 신기원. 신기원으로 이름 붙여진 이명박 대통령의 14일 미얀마 국빈방문은 007작전을 연상케 할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1983년 10월 북한 공작원 폭탄테러로 당시 서석준 부총리 등 32명이 사상한 아웅산 폭발 사건의 아픔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최고 존엄’ 모독을 이유로 이 대통령에 대해 호전적인 언행을 계속하는 상황을 감안해 일정은 방문 당일에야 공표됐다.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 북·미얀마는 그동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경호처는 이런 역사적, 정치적 특수성을 감안해 대규모 경호관을 미얀마 현지에 투입했다. 이번 방문은 테인 세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이 대통령을 초청해 이뤄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얀마 방문 확정 후 남북 관계가 있어 조심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방문일정은 지난달 초 최종 확정됐다.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비밀리에 미얀마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달 초에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찾아갔다.청와대는 당초 이 대통령의 방문 사실도 안전을 고려해 수도 네피도 도착 후 공표하려 했으나, 해외 인사의 방문을 적극 홍보하려는 미얀마 정부의 요청으로 도착에 앞서 이날 현지 시간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오후 1시)에 공개됐다.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은 “국제사회에서 인기가 많아진 미얀마 정부가 최근 자랑하듯이 (외국 고위 인사 방문일정을) 공개하고 싶어 한다”며 “그럼에도 한국의 방문은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미얀마가 다른 나라와의 외교일정을 3, 4일 전에 공개해오던 것을 양보해서 중국 출발과 동시에 발표하기로 어렵게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네피도=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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