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전국운영위원회… 사태 인식부터 사사건건 대결
4일 열린 전국운영위원회는 콩가루 같은 당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번 사태에 대한 기본 인식에서부터 해법까지 계파 간 총체적 이견을 보이며 불신을 낱낱이 드러냈다. 전국운영위가 오후 2시부터 두 차례 정회를 거쳐 밤늦게까지 진행되는 동안 격한 감정이 섞인 상호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자주파에 속하는 이정희 공동대표는 “진상조사위는 당원을 모함하고 모욕줄 권한은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또 비당권파인 ‘평등파’(PD·민중민주) 심상정 공동대표가 제안한 비상대책위 구성에 대해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특히 2010년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당시 민주노동당 서버를 압수수색하려 하자 하드디스크를 빼돌린 오병윤 전 사무총장을 거론했다. 오 전 총장을 당원·조직 보호의 모범사례로 들어 조준호 조사위원장을 ‘적’에, 조사위 활동을 ‘반조직적 행태’에 비유한 것이다. 현장에 모인 당권파측은 이 대표 발언후 세과시를 하듯 “와”하는 함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국민참여당 출신 사이에선 “성수대교가 무너진 것 같은 충격”이라는 말이 나왔고 일부 당원은 “분당을 각오한 전면전 같다”며 혀를 찼다.
비당권파도 칼을 빼들었다. 국민참여당 출신 유시민 공동대표는 “이미 3월19일 현장투표 선거인명부를 보다 심각한 문제가 광범위하게 벌어졌음을 직감했다”며 “대표단이 총선 후 진상조사를 위해 투표함 봉인을 결정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도 “진상조사위는 대표단 합의로 구성됐고 조사에 대한 일체의 권한은 조 위원장에게 있다”고 가세했다. 이후 회의에서는 장시간 진상 조사에 대한 이의 제기가 이어져 결국 보고서는 전국위 차원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또 ▲지도부 총사퇴 ▲비상대책위 구성 ▲경선 통한 비례대표 14명 총사퇴 ▲부정 선거 관련자 당기위 제소 등이 비당권파 현장 발의로 논의됐으나 지루한 공방만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영희(8번), 윤난실(13번) 비례대표 후보자 등은 철저한 반성을 요구하며 토론 도중 사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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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자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례대표 후보 경선 부정 사태와 관련해 사퇴의사를 밝힌 뒤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허정호 기자 |
계파 갈등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자주파의 ‘패권주의’, ‘진영논리’라는 근본적인 행태에 대한 이견을 뿌리로 한다. 2008년 민노당 내부에서 자주파의 ‘패권주의와 화해 불가’라는 결론하에 분당으로 치달은 계파 간 반목이 이번 사태로 5년 만에 다시 폭발하는 모양새다.
진보정당 한 관계자는 “2008년 분당 사태를 만들었던 모순이 해결되지 않고 잠복돼 있다가 다시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주파와 평등파가 2008년 민노당과 진보신당으로 분당된 후 지난해 다시 진보통합 논의가 시작되자 진보신당 내부에선 자주파의 패권주의를 두고 격론이 벌어진 바 있다. “패권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통합 반대 여론이 일었지만 노회찬, 심상정 당시 공동대표는 “이제 자주파도 많이 반성했다”며 통합진보당에 합류했다.
그러나 당의 존립 위기에도 경기동부연합 브레인으로 꼽히는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가 사퇴하지 않고 이 대표가 이를 비호하면서 자주파는 여전히 ‘제식구 감싸기’에 사활을 거는 행태를 보였다. 결국 변한 것이 없음을 보여준 셈이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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