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르켐은 자살은 사회의 통합 정도와 규제 정도에 따라서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통합의 정도가 너무 약한 상태에서는 ‘이기적’ 자살이, 너무 강한 상태에서는 ‘이타적’ 자살이, 규제의 정도가 너무 약한 상태에서는 ‘아노미적’ 자살이, 너무 강한 상태에서는 ‘숙명적’ 자살이 많아진다고 지적한다. 또한 통합과 규제의 핵심 요소로 도덕적 가치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여기서 한국사회와 관련해 ‘아노미적 자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덕적 가치의 혼란과 부재로 인해 개인을 규제하지 못하는 무규범의 상태, 즉 아노미(anomie)가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근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신자유주의 시대를 겪고 있다. 사회의 외적 양식은 급변하는 데 비해 이러한 변화된 사회를 지켜 줄 도덕적 가치를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황금만능주의, 성과주의, 개인주의 등 자본주의적 가치와 인본주의, 공동체주의 등 전통적 가치가 혼존하고 있다.
여기에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심화된 무한 경쟁과 사회 양극화까지 겹치면서 이 같은 혼란을 부추긴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이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생명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사회의 올바른 도덕적 가치를 세우고, 무한 경쟁과 양극화의 악순환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2004년 한양대, 2008년 서강대, 2006년 성균관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