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확대 등 ‘플리바겐’ 접근 필요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찍은 한반도의 밤 풍경 사진은 남북한 경제력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남한 지역은 불빛이 밝아 국토의 윤곽을 비교적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지만 북한 지역은 윤곽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둠에 덮여 있다. 경제의 근간인 전력 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상태에서 통일을 하면 당연히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이 든다.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는 현실적 방안은 남북 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북한을 자연스럽게 개혁·개방으로 이끌고, 남북 격차를 해소해 나가는 것이 유일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남북경협 및 북한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이 일정한 수준의 경제기반을 마련한 다음 통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보수·진보로 극명하게 나뉜 입장차로 인해 남북관계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은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개념으로 ‘플리바겐’(plea bargain·사전형량조정제도) 접근법을 제안한다. 플리바겐은 법정 용어로,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거나 사건 해결에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할 때 형량을 낮춰 주는 제도다. 전 세계가 손가락질하는 ‘불량국가’인 북한과 타협해야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소의 진단이다.
윤재원 김광수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장은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엄청난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우리 경제의 부담을 생각하면 갑작스럽게 북한이 붕괴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한이 망하면 남한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선택지는 남한이 북한과 타협하는 것이고, 북한을 변화시키는 가장 빠른 길도 북한과 타협하는 것”이라며 플리바겐 접근법을 강조했다.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윤 팀장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군사적·정치적 측면만 보면 북한은 변하지 않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변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그 예로 ‘시장’을 들었다. 북한 당국이 목표로 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완성하려면 시장을 없애야 하지만, 시장 없이는 인민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서 암묵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이러한 북한의 시장을 ‘암환자가 받는 항암치료’에 비유했다. 생존을 위해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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