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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미래다] 北 개방 이끌어내 남북격차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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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3-28 16:55:49 수정 : 2012-05-09 14: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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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지 않은 통일 남북 모두 재앙
경협 확대 등 ‘플리바겐’ 접근 필요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찍은 한반도의 밤 풍경 사진은 남북한 경제력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남한 지역은 불빛이 밝아 국토의 윤곽을 비교적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지만 북한 지역은 윤곽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둠에 덮여 있다. 경제의 근간인 전력 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상태에서 통일을 하면 당연히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이 든다.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는 현실적 방안은 남북 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북한을 자연스럽게 개혁·개방으로 이끌고, 남북 격차를 해소해 나가는 것이 유일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남북경협 및 북한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이 일정한 수준의 경제기반을 마련한 다음 통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보수·진보로 극명하게 나뉜 입장차로 인해 남북관계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은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개념으로 ‘플리바겐’(plea bargain·사전형량조정제도) 접근법을 제안한다. 플리바겐은 법정 용어로,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거나 사건 해결에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할 때 형량을 낮춰 주는 제도다. 전 세계가 손가락질하는 ‘불량국가’인 북한과 타협해야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소의 진단이다.

윤재원 김광수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장은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엄청난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우리 경제의 부담을 생각하면 갑작스럽게 북한이 붕괴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한이 망하면 남한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선택지는 남한이 북한과 타협하는 것이고, 북한을 변화시키는 가장 빠른 길도 북한과 타협하는 것”이라며 플리바겐 접근법을 강조했다.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윤 팀장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군사적·정치적 측면만 보면 북한은 변하지 않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변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그 예로 ‘시장’을 들었다. 북한 당국이 목표로 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완성하려면 시장을 없애야 하지만, 시장 없이는 인민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서 암묵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이러한 북한의 시장을 ‘암환자가 받는 항암치료’에 비유했다. 생존을 위해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김민서 기자 1 9 09 6 저작자 표시 + 변경금지 N 20120328022024 [통일이 미래다] 2부 ‘통일 공포증’을 벗자 ① 통일비용 제대로 알아야 20120328163439 20120509144857 20120328170320 계산이 불가능한 통일의 ‘가치’를 포함하지 않고 현실적 ‘비용’을 따져보면 남북한 통일비용은 고무줄이다. 국내외 연구기관이 내놓은 통일비용 산정 규모를 보면 최소 수십조원에서 최대 수천조원에 이르기까지 편차가 크다. 추산 기준도 제각각이고,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각 기관의 ‘천문학적 예상 비용’은 다수 국민이 지닌 ‘통일 공포증’의 원인이기도 하다. ◆통일비용 추산 제각각최근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한반도 통일 이후 한국이 수십년간 부담해야 할 통일비용이 수백억달러에서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DBS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북한 인구는 2400만명으로 남한(4900만명)의 절반 수준이며,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24만2000원으로 남한(2400만원)의 5% 정도에 불과하다. 이 격차를 감안하면 통일 이후 북한의 경제개혁과 소득수준 제고를 위한 통일비용이 최대 1조달러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남한의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단기적으로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향후 대규모의 통일비용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할레경제연구소가 진단한 통일비용은 남한 GDP의 24%에 달한다. 이 연구소는 남북한 통일비용 추산 근거로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옛 서독 GDP의 6%가 옛 동독 지역에 투입된 점을 들었다. 당시 동독은 서독에 비해 인구 규모와 1인당 GDP가 각각 20% 수준이었지만, 현재 남한 대비 북한의 인구 규모는 40%인 반면 1인당 GDP는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는 옛 동독과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남한으로 대규모 주민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남한은 이를 감당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재정학회의 통일재원 마련방안 연구조사 결과 역시 해외 연구기관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통일비용을 추산하고 있다. 연구조사 결과 통일 첫해에만 북한 주민들의 임금수준을 남한 근로자 평균임금의 40%(최저임금) 수준으로 맞추는 데 최대 298조1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측 GDP의 1.5∼6%가 연간 통일비용으로 소요되며, 통일 이후 10년 동안 최대 3042조원의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분석이다.통일비용 앞에는 늘 ‘천문학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사업 등 남북경협 확대 등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해야 통일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왼쪽 사진은 개성공단 내 의류공장에서 작업 중인 북측 근로자들. 오른쪽은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출경 순서를 기다리는 개성공단행 화물차들. 세계일보 자료사진◆북한 변화 여부와 국민정서가 관건그러나 통일비용은 고무줄이어서 얼마든지 줄어들 수도 있다. 할레경제연구소는 북한체제가 1990년대 이후 중국·베트남과 같은 ‘탈공산주의’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이 변화하면 통일비용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연구소는 또 북한이 주로 군시설 분야에 보유한 연구혁신 환경은 동독 재건과정에서 볼 수 있던 것처럼 장기 번영을 위한 관점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막대한 통일비용은 사실상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분석이 대부분이고, 지속적인 남북 경협 확대를 통해 북한이 변화하는 경우 그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DBS도 북한이 중국의 경제개혁과 개방정책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경우 한국과의 소득격차를 줄일 수 있어 통일비용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의 변화 여부와 별개로 관건은 국민 정서다. 통일의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비용 얘기가 나오면 고개를 가로젓는 국민 다수의 이중적 정서를 감안하면 통일에 뒤따르는 경제적 부담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초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2년 남북관계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3.7%는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94%는 통일비용으로 월 1만원도 부담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러한 국민 정서와 경제 부담 등을 고려해 정부도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반도가 통일되면 남한의 재정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통일재원을 조성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통일 직후 1년 이내에 최소 500억달러(약 56조8700억원) 이상의 통일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통일 이후 1년 이내에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500억달러부터 우선 적립하는 것을 목표로 통일 대비 재원 마련을 구상하고 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 20120131004520 분단 60년역사 ‘실용적 통일론’ 키웠다 20120131160732 20120509213420 20120131184133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로 시작되는 노래를 기억하는 국민이 많다. 우리는 왜 꿈에서도 통일을 소원해야 할까. 원래 우리나라는 통일된 민족이기 때문이다.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1300년 넘게 단일민족을 이루며 살아왔으니 지금의 분단사를 극복하는 것은 한민족의 역사적 요구”(김충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한나라당)라는 것이다. 같은 언어와 역사, 운명을 공유한 민족의 통일은 당연하다는 당위론이다. 분단 60년 역사는 그러나 민족적 동질성에 기초한 통일론보다는 평화에 대한 소망, 경제적 도약, 정치적 통합과 같은 실용적 통일론을 키웠다. 북한의 안보 위협을 피하고, 정치·군사·사회·경제적 분단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통일이 필요하다는 실용론이다. 여기에는 통일을 이루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통일로 인한 편익이 훨씬 크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익명을 요구한 전직 통일 차관은 “통일은 대한민국이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미래를 담보하는 일”이라면서 “내수시장 확대, 단일경제권 형성, 이념갈등 극복, 동북아 및 한반도 평화 정착 등 통일에 따른 편익이 엄청 크다”고 말했다. 남경필 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한나라당)은 “통일연구원 보고에 따르면 한국은 통일 직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6.6∼6.9%를 통일 비용으로 지불하지만 연간 11.25%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통일은 미래를 위한 적극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남북관계발전특위위원장인 박주선 의원(민주당)은 “통일은 사실상 ‘섬’인 남한을 ‘반도국’으로 회복시켜 유라시아 대륙 진출의 기회를 열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연구센터장도 “남한 경제가 그동안 압축 성장을 통해 발전해 왔지만 이제 한계가 있다”며 “반도국의 한계를 벗어나 대륙으로 뻗어나가려면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북한의 핵개발은 한반도 리스크를 키우는 핵심이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남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통일이 필요하다”(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북한의 존재 자체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는 ‘평화보장론’이 나오는 배경이다.북한 주민의 인권·자유 회복도 통일이 필요한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엄종식 전 통일차관은 “북한 주민도 우리와 똑같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며 “인간의 기본적 권리 회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뭔가”라고 반문했다. 남북 이산가족의 아픔 역시 통일로 치유해야 할 과제다.박성준·김유나·박영준 기자[ 관련기사 ]◆[통일이 미래다] 2부 ‘통일 공포증’을 벗자 ① 통일비용 제대로 알아야 (1/9)◆[통일이 미래다] 北 개방 이끌어내 남북격차 줄여야 (1/9)◆[통일이 미래다] 2부 ‘통일 공포증’을 벗자 ② 통일이 분단보다 나은 이유 (1/9)◆[통일이 미래다] 北서 발생하는 경제편익은? (1/9)◆[통일이 미래다] 통일재원 마련 지금부터◆[통일이 미래다] 獨 통일재원 마련 어떻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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