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선 ‘모르쇠’ 일관
“사태만 더 키워” 비난 거세 나경원(49)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49) 서울동부지법 판사가 나 후보를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고 현직 검사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현직 판사와 검사가 의혹의 중심에 있지만 법원과 검찰이 무대응으로 대처해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 팟캐스트 라디오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업로드된 방송에서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근무하는 박은정(40) 검사가 2005년 서울서부지검 재직 당시 김 판사로부터 나 전 의원과 관련한 기소 청탁을 받은 게 사실이라고 양심선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의 청탁이 사실로 드러나면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나꼼수의 주장이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청탁을 받은 박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것뿐이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지난해 10월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남편 김 판사가 2005년 서부지법 재직 당시 일본 자위대 행사장을 찾은 나 후보에 대해 비판글을 올린 네티즌 김모씨를 기소해 달라고 서부지검 검사에게 청탁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후 김씨는 대법원까지 가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며 “1·2심 판사 모두가 김 판사 동료였다”고 주장했다. 주 기자는 이후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경찰에 고소됐다.
29일 박 검사 실명이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법원과 검찰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주장만 있을 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했다. 김 판사가 근무 중인 서울동부지법 관계자는 “다른 법원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동부지법에서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며 입을 닫았다. 검찰 역시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과 관련된 특정인의 진술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논란의 중심에 선 박 검사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아무도 만나지 않고 함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부천지청 홈페이지는 박 검사를 응원하려는 누리꾼들이 폭주하면서 하루 종일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자칫 법원과 검찰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판사와 검사가 논란의 당사자인 만큼 법원과 검찰 측에서 뭔가 답을 해야 한다”며 “무대응하면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논란처럼 사건이 커질 수 있다.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즉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원주·서지희 기자 stru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