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기초수급비 43만원, 방값내고 19만원 남으면…

입력 :

인쇄 메일 url 공유 - +

가난과 쪽방은 뗄 수 없는 단어다.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의 절반 정도가 1인 가구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한 40여만 원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생활한다.

동네 사람들은 이를 '딱 굶어 죽지만 말라고 주는 돈'이라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식비와 주거비를 제외하면 남는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쪽방생활안내서에 나온 것처럼 한달에 43만 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보기로 했다.

첫날부터 방값 24만 원을 내고 나니 타격이 크다. 생활비로 쓸 돈이 19만 원밖에 남지 않았다.

원칙대로라면 통신비도 내야 했지만 전화 통화할 일이 많은 직업 특성상 10여만 원의 휴대전화 요금을 내고 나면 생활할 수 없을 것 같아 통신비 명목으로 5만 원만 제하기로 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닐 일도 있을 테니 교통비로 5만 원가량 쓴다고 생각하니 남은 돈은 달랑 9만 원. 이리저리 셈하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9만 원이면 식비로 하루 3천 원을 쓸 수 있다. 세 끼를 모두 챙겨 먹는다고 치면 한 끼에 천원이다.

이 돈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방법은 라면이나 통조림 등 인스턴트 식품 뿐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면 많은 양으로 사서 음식재료를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1인 가구가 대부분인 쪽방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주민들은 2010년 7월 쪽방촌에서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고 간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 이야기를 종종 꺼낸다.

차 의원은 6천300원으로 미트볼과 참치 캔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고서 '황제의 식사가 부럽지 않았다'는 후기를 남겼다.

"하루 이틀이야 꾸역꾸역 넘길 수 있겠지만 매일 그런 식사를 하다간 몸이 축나는 건 시간문제 아니겠느냐.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를 하니 쪽방촌에서도 한참 화제였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생활비를 대강 계산하고 나서 장을 보려고 쪽방촌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근 전통시장인 후암시장을 찾았다.

마트에서 라면 5개와 쌀 800g, 크림수프, 고추장과 참치 캔 등 먹을거리와 세제, 쓰레기봉투를 샀다. 소금과 간장 등 기본적인 양념이 없고 조리하기가 번거로울 것이라는 생각에 채소 등 신선식품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고심 끝에 저렴한 것만 골랐는데도 계산할 때 보니 3만2천100 원이 나왔다.

'이걸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가슴이 답답했다.

장을 보고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4층 아저씨를 마주쳤다.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보며 "뭐 줄 거 있남?" 하고 묻는다.

전에 빵을 나눠줘 고맙게 먹었던 기억이 나 "딱히 드릴 건 없는데… 라면이라도 하나 드릴까요?" 하고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아저씨에게 라면을 하나 건넸더니 "하나 더 줘." 한다.

고민하다가 결국 하나를 더 꺼냈다. 겉으론 웃었지만 몹시 아까웠다. 이제 라면이 3개 남았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일도 마음껏 하지 못한다. 일해서 돈을 번 것이 파악되면 수급비가 깎이기 때문이다.

박모(33)씨는 지난해 초 잠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 때문에 수급비가 43만 원에서 절반으로 깎였다. 몸이 좋지 않아 일하기 어려운 박씨는 "이번 달엔 방값 17만 원을 내고 나니 5만 원 남았다. 막막하다"고 말했다.

몇몇 주민들은 고물 줍기나 방문 판매 등 나라에서 수입을 파악하기 어려운 일들을 한다. 하지만 이웃이 '돈을 벌고 있다'며 동사무소에 고발해 이마저도 못하게 되는 일도 있다.

수급비가 들어오는 '행복지킴이 통장'에도 불만이 많다.

원하는 수급자에 한해 은행에서 신청할 수 있는 행복지킴이 통장은 채권이 있는 극빈층이 생계비마저 압류당하는 것을 막고자 만들어져 기초생활수급비 이외의 다른 돈 입금이 불가능하다.

체크카드를 이용해 돈을 썼다가 결제를 취소해도 다시 돈을 돌려받을 수 없고, 각종 단체에서 생계비를 추가로 지원받기도 어렵다.

행복지킴이 통장으로 입금되지 않아 다른 통장을 이용했다가 지원비를 바로 압류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주민들이 동자동 사랑방을 종종 찾는다.

부족한 생활비를 걱정하다 아르바이트에 나서기로 했다.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한 달간 10만 원가량을 벌었다.

새벽에는 서울역 인근의 고물상을 찾았다. 주민등록증을 맡기면 손수레를 빌려준다. 쪽방 주민들과 근처에 사는 노인들이 오전 7~8시부터 이곳을 찾는다.

온종일 고물과 폐지를 주워도 1만~2만원 가량을 번다. 1년 전부터 고물을 주웠다는 양모(70)씨는 아침 일찍 나와 방 근처에 모아둔 고물을 싣고 손수레를 세워둔 뒤 조금 쉬다가 오후에 다시 나온다.

양씨는 "낮에는 온종일 돌아다녀 봐야 거의 없어. 저녁이 돼야 가게들이 문을 닫으면서 쓰레기를 내놓으니까. 아침에는 방에 모아둔 거 챙겨야지. 집주인이랑 다른 사람들이 지저분하다고 싫어하니까 일찍 치워야 해"라고 말했다.

틈틈이 주워놓은 음료수 캔 20여 개를 건네니 "이건 1kg 모아야 70원"이라고 말해 머쓱해졌다. 폐지 가격도 많이 내려가 1kg에 70원도 안 된다고 한다.

요령과 경험도 중요하다. 커다란 종이 상자를 손수레에 담던 양씨는 "어느 골목에 가야 많은지 파악해야 허탕을 안 쳐. 고물 줍는 사람이 많아서 손수레 잠깐 세워두면 훔쳐가는 사람도 있고…."라고 말했다.

점심에는 근처 건물의 직장인들에게 동자동 사랑방에서 마련한 마을기업 '밥이보약' 밥집의 전단을 돌리고 홀 서빙을 돕기도 했다. 전단을 100장 정도 돌리니 점심시간이 무척 바빠졌다.

오후에는 군고구마를 파는 쪽방 주민을 도왔다.

고구마 가격이 워낙 비싸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다. 장사가 '대박' 난 날도 매출이 12만 원 정도였다.

언 손을 녹이며 목이 터져라 '군고구마 사세요!'를 외쳐보지만 손님이 드물어 일당 2만원도 받기가 미안해진다.

군고구마를 열심히 팔다 보니 매주 수요일에 오는 전통과자와 견과류 트럭 사장님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일당 3만원을 받는 일이다.

종일 트럭 옆에 앉아 과자를 포장했더니 온몸이 꽁꽁 얼었다.

밤 10시에 일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전기장판에 누워 잠을 청했다. 몸이 천근만근이다.

오피니언

포토

장원영 '완벽한 미모'
  • 장원영 '완벽한 미모'
  • 언차일드 나하은 '댄스 신동'
  • [포토] 언차일드 이본 '냉미녀'
  • 김고은, 싱그러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