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는 더 심해… 브랜드 가치 올려야 지식경제부의 제2차 국가브랜드맵 조사에 따르면 동일한 품질의 한국 제품이 100달러에 팔릴 때 미국산과 독일산 제품은 150달러에 팔린다. 똑같은 제품을 만들고도 이들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보다 50달러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셈이다.
정보기술(IT) 분야 기업과 자동차 생산 기업들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했지만 ‘메이드인 코리아’에 대한 전반적인 브랜드 약세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한국 수출 제품의 해외 시장에서의 디스카운트 현황 조사’ 보고서는 한국 제품이 품질 수준을 감안한 실질 가치보다 9.3% 할인돼 수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디스카운트 규모가 가장 큰 업종은 광학기기(45%), 의류(33.6%), 고무 및 가죽 제품(25.6%), 선박 및 부품(21.4%), 기계류(16%) 등이다. 특히 대기업(4.4%)보다 중소기업(10.6%) 제품의 디스카운트 현상이 심각했다.
한국의 2010년 수출규모는 세계 7위지만 2009년 기준 명목 GDP는 15위, 글로벌 브랜드 가치는 이보다 떨어지는 19위(삼성경제연구소 평가)에 머물고 있다. 영국 공공외교위원회의 국가브랜드 정책자문위원인 사이먼 안홀트가 개발한 ‘안홀트 국가브랜드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27위에 불과하다. 기술집약적 산업은 선진국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고 중국, 대만, 인도 등 후발주자들이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국제 공세를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다만 일부 한국 브랜드가 ‘프리미엄’ 가치를 인정받는 분야도 있다. 농수산물과 철강 제품, 자동차 및 부품은 ‘디스카운트’가 아닌 2∼6%대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 3D TV 등을 내놓으며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전자기기 분야 디스카운트 수준은 1.7%로 프리미엄 제품으로의 도약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선박, 석유, 농수산물 등은 이미 선진국과 제품의 품질 격차가 거의 없는 상황인 만큼 브랜드 가치 제고를 통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 기업의 홍보 활동 강화는 물론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 무역협회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60.6%는 기업의 홍보 부족을, 39.4%는 국가이미지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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