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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흥가·상가 네온사인 여전히 ‘불야성’

입력 : 2011-12-16 05:12:08 수정 : 2011-12-16 0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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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사용 제한’ 첫날 표정 15일 오후 6시 서울 종로와 강남역 일대 음식점과 상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네온사인을 환하게 켠 채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이날은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 시행 첫날임에도 규정을 지키는 상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낮까지만 해도 실내온도 규제는 그런대로 지켜지는 듯했다. 그러나 유흥거리의 술집과 상점들이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하는 저녁이 되자 정부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네온사인들이 하나둘씩 켜지며 거리를 환하게 밝혔다.

서울 중구청 직원들이 15일 명동에 있는 한 빌딩에서 내부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이곳 온도는 23.6도를 기록, 정부의 ‘난방온도 섭씨 20도 제한’ 기준을 무색케 했다.                                              김범준 기자

종로구 종로2가의 탑골공원 맞은편 상가 밀집지역은 제한 규정을 위반해 두 개 이상의 네온사인을 켠 가게들이 즐비했다. 한 노래방 주인은 “안내를 받은 적이 없어 꺼야 하는지도 몰랐다”면서 “전기세가 부담스럽지만 손님을 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켰다”고 밝혔다.

또 강남역에서 한남대교까지의 번화가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강남역 인근 한 호프집 사장 김모(55)씨는 “네온사인을 끄면 장사를 하지 않는 줄 오해한다”며 “매출 손해는 누가 책임지나.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서민들을 쥐어짜서 대책을 내놓으면 어쩌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맞은편 또 다른 가게 주인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본다”면서 “단속하면 줄긴 줄겠지만 몰래 하는 사람들은 다 알아서 몰래 켜고 할 것이고, 가게 간에 눈치싸움만 더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합동단속 반원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서비스 업종의 가게는 거의 모두 불을 켜놓은 상태라 예상보다 적발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 단속반 관계자는 “대부분 업주가 몰랐다,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면서 “불을 켜놓은 가게에 전부 경고 카운트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앞서 지식경제부와 서울시·관할구청 등 지방자치단체 합동단속반 400여명은 이날 오전 명동, 강남역 일대 등 서울 도심 15개 지역에서 실내온도 규제와 관련해 집중 단속을 벌였다. 광화문과 강남 일대의 고층건물 관리인들은 제한기준인 20도를 맞추기 위해 수시로 온도를 체크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또 평소보다 낮은 실내 온도 때문에 ‘춥다’는 직원들의 항의전화에 하루종일 시달렸다. 관리인들은 ‘제한 온도를 맞추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광화문의 한 건물관리인 최모(60)씨는 “지난주부터 절전 때문에 비상사태”라며 “직원들이 개인 전열기를 사용해서 온도를 맞추기 어렵다. ‘감기에 걸렸다’거나 ‘전기요금 내고 쓰는 건데 왜 막느냐’고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김유나·서지희·박영준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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