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화하는 조폭에 해묵은 처방만… 실효성 의문 경찰이 ‘앞으로 조폭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나섰지만 ‘뒷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인천 도심에서 조직폭력배(조폭)끼리 충돌해 시민이 불안에 떠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오래전부터 조폭이 활개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솜방망이 처벌로 경찰이 조폭의 입지를 되레 키워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의 날’이었던 지난 21일 인천의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발생한 폭력조직 간 유혈 난투극 과정에서 2개 폭력조직 130여명이 충돌했다. 경찰은 “조폭들이 장례식장에 모여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있었지만 인천 A파 소속 조폭 한 명이 다른 파 조폭을 흉기로 찌르는 데도 이를 막지 못했다.
이처럼 조폭의 행동이 과격해진 것은 경찰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들의 기를 세워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앞서 인천 A파 소속 조직원 7명은 지난 5월 인천 서구 석남동의 한 편의점 앞길에서 유흥업소 이권 문제를 놓고 시비가 붙어 다른 조직원을 집단 구타한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경찰은 A파가 관리 대상 조폭이었고, 야간에 도심에서 집단폭력을 행사했지만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불구속 입건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4월에는 경남 창원 도심에서도 조폭 간 집단폭력 사건이 발생해 17명이 구속되고 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북마산파의 한 계파인 B계열 조직원들이 다른 계파 조직원 4명을 야구방망이 등으로 마구 때리고 달아났었다.
◆경찰, 조폭에 선제 대응
경찰청은 이날 조폭의 불법행위가 발생해야만 수사에 착수했던 패러다임을 과감히 전환해 조폭 다수가 모이는 등 국민이 불안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경찰권을 강력히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형사법상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한다”며 “발생해야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개입하고 필요하다면 수사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폭 대응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올해 말까지를 조직폭력 특별단속 및 일제점검 기간으로 설정하고, 지방청 광역수사대에 조폭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관리 대상 조폭은 전국 220개파 5451명이다.
경찰은 이번 인천 조폭 사건과 관련해 대응 실패와 축소·허위보고 책임을 물어 경찰 수뇌부를 중징계할 방침이다. 현재 인천지방경찰청장과 차장, 경찰청 본청 수사국장과 형사과장 등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데다 본청에 축소·허위 보고한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우상규 기자, 인천=이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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