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들의 각종 구설이 끊이지 않으면서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개그맨 K씨(41)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26·여)로부터 고소 당했다. A씨는 고소장을 통해 "지난 8일 강남 한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개그맨 K씨가 새벽 4시께 자신의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차에 태운 뒤 인근 커피숍 주차장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A씨가 고소장 접수 하루만인 14일 고소를 취하하면서 일단락됐다.
고소 취하로 성폭행 혐의를 벗게 됐음에도 불구, K씨의 나이와 직업 등을 토대로 해당 개그맨을 추적한 네티즌들에 의해 신원이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K씨는 "A씨가 성관계 이후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해 각서의 유무에 대한 의문이 쏟아지기도. "K씨가 오히려 억울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되는 한편 "언플 아니냐, 합의 각서가 진짜 있긴하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성폭행, 합의하 성관계 여부를 떠나 K씨는 이번 사건으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다수의 개그맨들이 구설수에 휘말리며 대중의 눈총을 받았다. 잠잠하다 싶으면 어느새 또 다른 개그맨이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에 이름을 올린다. 물의를 빚은 개그맨의 경우, 그 자체가 개그 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복귀 이후 대중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재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처음 'K씨 성폭행 사건'이 보도되자 일각에서는 '주병진 성폭행 사건'을 거론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고소 당한 주병진은 오랜 법정 공방 끝에 결국 2003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주병진은 최근 한 방송에서 "무죄 판결 후에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며 "사람들은 그 사건이 있었다는 것만 알지 결론은 모른다. 자살하려고도 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혁재는 폭행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지난해 1월 인천 한 유흥주점에서 여종업원과 다투다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업소 여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방송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이혁재는 이 사건으로 1년 반 동안 자숙기간을 가졌다. 이혁재는 현재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에 출연 중이다.
KBS '개그콘서트'의 '범죄의 재구성' 코너에 출연한 개그맨 세명은 각종 사건사고로 실망감을 줬다. 범죄자 역할로 출연한 곽한구는 2009년 6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벤츠 등 수입차를 훔쳐 달아났다가 체포돼 지난해 7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곽한구는 사건 이후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곽한구와 함께 출연한 황현희는 음주운전인 상태로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켜 면허 취소와 함께 불구속 입건됐다. 황현희는 이후 '개그콘서트'에서 불명예 하차해야 했다. 황현희의 동료 경찰관으로 나온 개그맨 이상구는 지난해 10월 강남구 논현동 한 주점에서 슈퍼모델 김미리내 일행과 시비가 붙어 패싸움을 벌인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상구 역시 해당사건으로 '개그콘서트'를 떠나야 했다.
일부 개그맨은 도박으로 구설에 올랐다. 황기순은 지난 1997년 필리핀 원정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외국환관리법 위반으로 수배자로 전락했다. 김준호는 2009년 상습 도박을 벌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후 방송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개그맨은 대중의 웃음을 먹고사는 직업이다. 그들도 사람인 만큼 실수할 수 있지만 TV나 무대 대신 톱뉴스 사건사고로 마주한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어색하고 불편한 일이다. 웃음이 아닌 공분을 자아냈다는 데 대한 실망감도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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