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의 흥행바람을 타고 광주광역시 인화학교의 성폭력 사건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를 본 시민과 누리꾼들은 재수사와 폐교를 청원하면서 분개하고 있지만, 관련자들은 이미 집행유예와 형 만기 등으로 풀려나 만시지탄을 느끼게 하고 있다.
2008년 선고된 인화학교 사건의 1,2심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피고인은 이 학교의 교장, 행정실장, 초등부 교사, 부속 복지시설인 인화원의 생활재활교사 2명(이상 전직) 등 모두 5명이었다.
2009년 암으로 숨진 교장은 이 학교 설립자의 장남이었고 행정실장은 차남이었다.
행정실장과 재활교사는 이 사건 말고도 학생들을 추행했다가 이미 한 차례 실형을 선고받은 상황이었다.
이들의 범죄내용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교장은 13살 청각장애 4급 여학생을 교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행정실장은 22살 정신지체 장애 여성을 행정실로 끌고 가 몸을 더듬었다.
다른 피고인도 7~9살 남자 어린이를 추행하고 9살 여자 어린이에게 입을 맞추는 등 입에 담기에도 거북한 범행을 했다. 그나마 일부는 고소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공소기각됐다.
1심 재판부는 교장에게 검찰 구형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하는 등 4명(1명은 공소기각)에게 실형을 선고해 대책위의 큰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교장에게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며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돼 반발을 샀다.
2005년 6월 교직원이 성폭력 상담소에 신고하면서 알려진 사건으로 인화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수업거부, 교직원 출근 저지, 교장에 대한 계란 투척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른 고발ㆍ고소가 이어졌으며 학교 밖에서는 대책위가 천막농성, 1인 시위, 3보 1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사태해결을 촉구했지만, 이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09년 작가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와 최근 개봉한 동명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이 사건은 ‘그들만의’고통이자 투쟁으로 인식됐다.
형화 개봉후 다음 아고라에서 재조사, 특별감사 등을 촉구하며 진행 중인 네티즌 청원운동은 목표치인 5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는 어렵다.
특정 사건에 대해 일단 판결이 확정되면 그 사건을 다시 소송으로 심리·재판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때문이다.
다만, 추가 범행이 드러난다면 보강 차원의 수사는 가능하겠지만 이미 형 집행까지 완료된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광주=류송중 기자 ce20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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