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도가니’로 인해 불 지펴진 2005년 광주인화학교 청각 장애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수사 촉구 운동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가운데, 당시 성폭력 피의자였던 고(故) 김강석 교장이 생전에 쓴 논문도 화제가 되고 있다. 김 교장은 지난 2009년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에는 고 김강석 교장이 썼다는 소논문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논문에서 고인은 ‘장애아동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는 특수교사로서의 자세와 본분’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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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인화학교 전경. |
김 교장은 도입부에 “특수교사는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장애학생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고 그들을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늘 반성하며 계획하는 준비된 사람이어야 하며, 이기적이지 아니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지혜를 지닌 아름다운 사람이어야 한다”고 썼다.
이 논문은 “마치 자신의 자식을 대하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해야 한다” “학생들이 진정 필요로 할 때 나설 수 있는 교사가 돼야 한다” “수업시간보다 교육의 현장에서 스스로 모범이 될 수 있는 교사가 돼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주요골자로 한다.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힘없는 장애학생들을 장기간 성추행해온 피의자가 이런 글을 썼다니 이중성에 또 한 번 놀랐다” “이런 자세로만 학생들을 대했더라면 이런 비극은 낳지 않았을 텐데” “고인을 욕하고 싶진 않지만 참 안타깝다”라는 등의 댓글을 남기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영화 ‘도가니’은 개봉 4일 만에(26일 기준) 전국 관객 92만명을 돌파하는 등 관람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의 소재가 된 광주인화학교 사건은 8명의 교직원이 12명의 청각 장애인 학생들을 오랫동안 성폭행 혹은 성추행한 사건으로, 가해자들은 가벼운 형량만을 선고 받고 곧바로 학교에 복직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광주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를 비롯한 네티즌들은 온라인 서명운동과 SNS 등을 통해 당국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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