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꺼지고 승강기 갇히고… 도심 대혼란

교차로 마다 교통혼잡… 공단지대 조업중단 잇따라
사무실·상가 업무마비… 일부지역선 휴대전화 불통
대학가 내년 수시원서 접수차질로 마감시간 연장도

15일 오후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정전상태로 공단가동이 중단되고,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장시간 갇히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교차로 신호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차량이 뒤엉키거나 교통체증을 빚기도 했다.

15일 전국에 갑작스러운 정전사태가 빚어지자 서울 중구의 한 은행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앞에 가동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연합뉴스

◆울산·구미 등 일부 공장 가동 중단

한국전력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부터 경남 김해시 상동면 등 6개 지역 배전선로 전력이 끊겼다.

이로 인해 상동면과 한림면 등에 밀집한 제조업체들의 공장 가동이 한때 전면 중단됐다. 한림면 가산리에서 발전설비를 생산하는 A사 관계자는 “예고도 없이 갑자기 전기가 끊겨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며 “인근 업체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경북 구미시 형곡동과 송정동 일부 지역에서도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서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일부 지역의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울산시 북구 중산공단 단지에 있는 제조업체 20여곳이 이날 정전으로 조업 중단 사태가 빚어졌다.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신호등은 먹통이고

이날 오후 3시50분부터 울산시 북구 화봉동과 남구 무거동, 울주군 범서읍 등의 아파트·상가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갇혔다는 신고가 소방서에 수십건이나 접수됐다.

대구에서도 이날 오후 북구 동천동 우방하이츠에서 승강기 여러 대가 갑자기 멈춰서면서 시민 수십명이 갇히는 등 시내 전역에서 승강기 관련 신고 수백건이 소방본부에 들어왔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대구시내 전역의 빌딩에서 신고가 폭주하면서 사실상 처리 불능 상태”라고 말했다.

또 울산지역 415개의 신호등 중 109개가 꺼져 교통혼잡을 빚었고, 주요 도로 외 외곽지역 신호등 100여개 중 80여개가 정전됐다. 신호등에 전기 공급이 끊긴 교차로는 인천시내 전체에서 73곳에 달했다. 경찰은 이들 지역에 교통경찰을 긴급 배치해 차량을 소통시켰다.

이날 오후 3시40분쯤부터 대구시내 1350여개의 신호기 중 반월당과 삼덕네거리 등에 설치된 110여개가 작동하지 않았다. 대구경찰청은 시내 곳곳에 교통경찰관들을 내보내 수신호로 대신했으나, 청구네거리 등 일부 교차로에서는 차들이 뒤엉켜 큰 혼잡을 빚었다.

◆도심 사무실·상가 곳곳 업무 마비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로터리 인근을 비롯한 종로구 일대 상가 건물이 다수 정전됐고 성북구에 있는 국민대는 정전이 발생해 수시 원서 접수 마감일에 업무 차질을 빚었다.

경북대도 이날 전력 수급 차질로 발생한 정전 때문에 이날 오후 5시까지였던 2012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 마감 시간을 30분 연장했다.

경북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정전 때문에 원서 접수에 관한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며 “수험생 편의를 위해 오후 5시30분까지 원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 대방교회에서는 정전 이후 가동하던 비상 발전기가 과열돼 연기가 나는 바람에 소방대가 긴급 출동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 이용도 중단돼 가입 고객들의 불편이 속출했다. 한 이동통신사 서비스센터는 “전력 제한송전으로 일부 기지국의 가동이 한때 중단됐다”며 “이동통신사 3사 모두 같은 현상을 보여 원인 파악에 나섰다”고 밝혔다.

서울 역삼동의 한 회사에 다니는 권지영(27·여)씨는 “인터넷에서 ‘정전’이 검색 순위 1위에 올라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오후 4시35분쯤 갑자기 빌딩 전체가 정전이 됐고 옆 빌딩도 컴컴해졌다”며 “컴퓨터가 갑자기 다 꺼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권씨는 “작업 중이던 파일과 문서가 잘못될까 다들 불안해했다”고도 했다.

박찬준·우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