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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 때리고 맞아도 된다는 사적제재로 변질"

입력 : 2011-07-18 17:31:36 수정 : 2011-07-18 17: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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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혁신토론회.."악습 아닌 아름다운 전통돼야"
미 해병대령 "젊은 해병 명예롭게 대우해야"
해병대가 2사단 총기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병영 내 악ㆍ폐습 근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8일 개최한 병영문화혁신 토론회는 침통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작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포탄이 떨어져 솟구친 화염에 철모가 타는 줄 모르고 대응포격에 나서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던 해병대가 최근 잇따라 불거진 악ㆍ폐습으로 말미암아 역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지역이 내려다보이는 2사단 '필승관'에 마련된 토론회장에는 해병 병사 4명과 2사단 작전지역내 육ㆍ해ㆍ공군부대 병사 3명도 동참해 해병대 기수문화 등 병영생활 실상과 대안을 증언했다.

해병대 1사단의 신현진 상병은 "기수가 서열과 계급으로 인식되어 명령과 지시, 간섭 등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존재하고 있다"면서 "생활지도와 군대예절 등의 순기능도 있는 반면 때려도 되고 맞아도 된다는 사적 제재수단으로 계층간 갈등을 유발하고 지휘체계 문란,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한다"고 지적했다.

신 상병은 "이런 기수문화를 바로잡으려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이는 상식적이고 합리적 판단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면서 "기수나 서열은 사회 공동체 어디나 존재하지만 오도된 기수문화와 비합리적 행위 묵인, 구타 등의 악습을 통한 군기유지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바른 기수문화의 확립은 상호 존중, 단결력과 위계질서 유지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기수문화는 '악습'이 아닌 아름다운 '전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세 병장은 "병영문화 혁신의 주체는 병사들이라 생각한다. 병사들은 자기 중심적 생각을 하기 쉽고 이기적이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서 "병사들이 바뀌어야 진정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무반의 병분대장에게 포상권의 권한, 병사 징계 참여, 견제에 의한 직책별 임무분담제 시행 등의 권한을 강화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육군의 한 병사도 "사건 사고는 해병대 병영문화에 뿌리 박혀 있는 악습이 주된 원인이라 생각한다"면서 "썩은 가지와 튼튼한 가지를 가려내 악ㆍ폐습을 척결해 밝은 병영문화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육군은 7년 전부터 악ㆍ폐습 척결해 노력하고 있고 부대 차원에서는 주 단위 설문을 실시해 부대 고충을 접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병사들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게 아니라 분대장을 통해 해결하도록 교육받았다. 이런 변화된 환경 속에 병사들의 인식은 변했고,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밝은 병영문화가 자리 잡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군 2사단 5연대에 근무하는 김성진 상병은 "해군은 한 달에 한 기수를 뽑지만 해병대는 한 달에 두 기수를 선발한다. 저희보다 기수에 대한 애착이 강해 해병대 기수문화가 악습으로까지 변질해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해병대 기수문화에 대한 악습을 척결해 해병대 기수문화가 고유의 전통문화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공군 제30방공관제단 홍원영 병장은 "공군에서 기수란 선임과 후임을 정하는 잣대로만 사용하고 있다"면서 "계급 군대에서 기수 등 역할 분담은 필요하지만 교육을 빙자한 악ㆍ폐습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22년간 해병대 부사관으로 근무 중인 해병 6여단의 김기완 상사는 "해병대 전통이 위계질서를 위한 단순한 악습으로 변질됐다. 문제점을 알고서도 척결 의지가 부족했고 호봉제에 의한 병들의 음성적 지휘를 묵인하거나 방관했다"면서 "올바른 해병대 전통 계승과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결합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부사관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상사는 "과거 일방적 지시나 결과만을 주시하는 구태의연한 지휘는 과감히 버려야 하고 병들과 함께 현장에서 땀 흘리고 생사고락을 같이해 그들의 고충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병들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병대 53대대에 근무하는 상병 아들을 둔 한 아버지는 해병대 기수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해병대 기수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기수문화가 우리 국방력에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선임과 후임, 그 사이 서열에서 작용하는 권력이 있다. 그 권력이 사유화될 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군기가 없는 군대는 상상할 수가 없다"면서 "군기가 공적인 것으로 작동할 때 정당한, 힘 있는 군대를 만들어 내는데 이 군기를 오해해서 사적으로 억누르는 힘으로 작용하면 이것은 군대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한 미 해병대 부사령관인 드리스콜 대령은 미 해병대원의 신상관리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미 해병은 해병의 신뢰와 긍지,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을 만한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다. 성별, 종교, 인종, 어떤 외모적 이유로도 차별 대우를 할 수 없다"면서 "해병대원은 오직 해병일 뿐이고 항상 해병이다. 젊은 해병을 명예롭게 대우하지 않으면 전장에서 선봉에 설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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