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 “순교자” 추앙…‘조직 동력원’ 활용 가능성

그의 죽음을 계기로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전개해온 ‘테러와의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 그의 사살 소식을 발표하면서 “그의 죽음은 알카에다 발본색원을 위한 과정에서 미국이 이룩한 가장 중요한 성취”라고 평가했듯이, 빈 라덴은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카리스마의 소유자였다. 1980년대 빈 라덴을 인터뷰했던 CNN의 피터 버겐 기자는 “빈 라덴은 알카에다의 중심으로 그 누구도 그의 빈 자리를 메울 수 없다”면서 “향후 알카에다의 영향력은 빈 라덴 생존 시보다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카에다는 빈 라덴을 ‘성전’을 수행하다 숨진 ‘순교자’로 끌어올리며 조직의 동력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9·11 테러의 주범인 빈 라덴의 죽음으로 미국을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몰아넣은 9·11 테러 사건은 10년 만에 일단락됐다. 그만큼 빈 라덴의 생존은 미국의 목에 걸린 가시와 같았다. 미군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 토라보라 동굴 지역에서 빈 라덴을 놓친 실책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과오로 기록됐다. 오바마 대통령도 취임하자마자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빈 라덴 추적을 지시했는데 빈 라덴의 존재 자체가 미국의 안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는 판단에서였다.
빈 라덴 사살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전개 국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오는 7월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킨다는 계획이다. 미군이 철군을 시작하면 다시 알카에다의 활동이 아프간 내에서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는데 빈 라덴이 제거되면서 아프간 미군 철수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분석이다. 민주화 시위 사태가 촉발한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정정 불안이 알카에다의 활동 근거지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걱정거리도 덜게 됐다.
하지만 미국은 앞으로 알카에다의 보복 테러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이날 전 세계 미국인들에게 반미 폭력사태가 증가할 수 있다는 여행경보를 발령했고, 해외공관에도 경계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미 정부기관, 공공시설은 물론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주요 항만 및 다중이 모이는 시설이나 장소 등에는 경찰을 비롯한 보안 요원들이 대폭 증원됐다.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은 2일 알카에다의 보복 테러에 대비해 “경계 상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테러 경보를 구체적으로 상향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coolm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