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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대지진> "일본 밉지만 사람은 도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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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3-20 10:38:59 수정 : 2011-03-20 10: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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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라는 나라는 미워도 지진피해자는 나와 같은 '사람'이잖아요. 도울 수 있다면 도와야지요"

지진과 쓰나미, 원자로 폭발로 신음하는 일본을 돕기 위한 지원이 답지하는 가운데 일본으로부터 아픔을 겪었던 사할린 동포, 원폭피해자도 성금 기부에 동참해 눈길을 끈다.

인천적십자병원 내의 인천 사할린한인동포 복지회관에 거주하는 정선희(88.여)씨를 비롯한 사할린동포 58명은 최근 쌈짓돈을 모아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했다.

정선희씨는 강제징용을 당한 아버지를 따라 5세 때 사할린으로 이주했고 2007년 한국으로 돌아와 이 복지회관에 입소해 정착했지만 아버지는 한국 땅을 다시 밟지 못한 채 사할린에서 사망했다.

정씨는 "아버지가 그 척박한 땅에서 고통을 겪은 것에 대한 회한이 아직도 남아 일본이라는 나라는 밉다"며 "그래도 이번 대지진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일본 사람은 나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도울 수 있다면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천 사할린한인동포 복지회관'에는 일제 강점기 강제이주로 사할린에 거주하다가 영구귀국을 희망해 국내에 정착한 70∼80대 노인이 모여 살고 있다.

영구 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은 대부분 정부에서 제공한 임대아파트에 살지만 이 복지회관에 모인 노인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돌봐줄 가족이 없어서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이곳에 모여 산다.

전체 입소자 84명 중 치매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사표현이 어려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이 이번 일본지진 성금에 참여했다.

이 복지회관의 김현미 사회복지사는 "직원들이 일본 지진과 관련해 모금한다고 하니 어르신들도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오셨다"며 "일본에 대한 미움이 남아있는 분들이지만 뉴스를 보시고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김 복지사는 "'일본 때문에 고통스러웠다'라는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 모든 분이 처음부터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고 들었다"며 "뉴스를 통해 시시각각 전해지는 일본의 상황을 보고 어르신들이 큰 결심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사할린동포 외에도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지역의 원자탄 폭격 피해를 당했던 한국인들의 모임인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도 지난 18일 "후쿠시마 지진과 원전 폭발로 피해를 당한 일본인들을 위해 써달라"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운영비 전액을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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