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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세계 원전산업 ‘원전강국 코리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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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3-18 22:45:05 수정 : 2011-03-18 22: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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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英 등 속속 기존정책 재검토
각국 불안감 고조 반핵운동 불붙어
정부 원전수출계획도 차질 불가피
온실가스 감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르네상스를 꿈꾸었던 세계 원전산업이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로 위기에 빠졌다.

중국과 영국, 스위스 등 주요 원전국은 기존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고, 미국도 원전 안전성에 대해 포괄적인 재점검에 나섰다. 재작년 아랍에미리트(UAE)원전 수주를 계기로 원전 강국으로의 도약을 노리던 우리 정부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러나 각국 정부가 여전히 원전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는 데다 효율성이 높은 원전을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세계 최대 원전 대국을 지향하던 중국의 정책 기조 변화가 뚜렷하다. 중국은 기존에 가동 중이던 원전 13기에 대해 전면적인 안전검사를 실시키로 하는 한편 건설 중인 원전 27기의 공사를 일단 멈추고 안전성 여부를 재점검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5일부터 14개 회원국이 보유한 143개 원자로에 대해 전면적인 안전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EU가 모든 원전에 대한 안전조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별 국가로는 스위스가 14일 건설 중이던 원전 3기의 작업을 중지했고, 독일은 15일부터 가동 중인 17기 원전 중 1980년 이전에 지어진 7기의 가동을 멈췄다. 영국도 향후 15년간 새로 건설할 예정이던 원전 11기에 대한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기존 정책에 변화가 없다던 미국도 원전 안전성에 대해 포괄적인 재점검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다시 검토작업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반면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등은 기존 원전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 속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전 발전량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 사고가 전 세계적으로 원전 안전성에 큰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면서도 “프랑스는 에너지 독립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전을 선택했고 내 확신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캐나다 원자력 당국도 일본 원전 사태에도 온타리오 주에 짓기로 한 새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계속 추진키로 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60억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하며 기존 정책 연속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국가들 역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번 사고로 국민들의 원전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한 데다 반핵운동은 정부를 더욱 강하게 압박할 전망이다. 당장 프랑스 반핵 단체 연대기구인 ‘핵 퇴출’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원전 확신 발언이 “스캔들감”이라며 가동 기간이 30년 이상인 원전 16개를 즉각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정부는 일단 기존의 원전 건설 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18일 “지금으로선 원전 정책을 재검토할 시점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 수급 상황을 감안할 때 원자력을 빼면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깔려 있다. 정부는 일단 내진 설계 강도를 높이는 등 보완책 마련에 치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작년 말 기준으로 21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고 정부는 2014년까지 5기, 2017년까지 2기, 2021년까지 2기, 2030년까지 8∼10기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하지만 작년 1월에 의욕적으로 발표한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UAE 수주 이후 추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세계 각국의 원전 수요가 줄어들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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