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페리도 대여 철수지원 검토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확산하면서 한국 기업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또 현지 교민과 상사 주재원들의 철수가 시작되고 있지만 공항 폐쇄 등으로 항공 수송이 어려워 애를 태우는 실정이다. 일부는 육로를 이용해 이집트 국경을 통과해 카이로로 이동 중이며 정부도 전세기를 띄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 기업 피해 확산
23일 국토해양부와 외교통상부, 코트라(KOTRA) 등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에서 국내 건설업체들이 벌이는 총 공사는 90억 달러 규모로, 시공잔액만 79억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리비아 사태가 더욱 악회되고 장기화되면 이들 건설업체가 잔액을 제대로 못 받을 우려가 커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에서 사업 중인 국내 업체는 47개사다. 이 가운데 건설사는 24개 업체가 한국인 근로자 1343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대우건설은 벵가지 2곳, 트리폴리 2곳과 미수라타, 즈위타니 등 총 6곳에서 복합화력발전소 공사와 워터프론트 프로젝트, 호텔·병원 건설공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파견된 한국인 근로자만 313명이다.
현대건설도 벵가지 송전선로와 트리폴리 발전소 등 4곳에서 공사 중이며 166명을 파견했다. 신한건설은 트리폴리와 자위야 등 6곳에서 주택사업 중이다.
코트라는 리비아로 수출하는 기업 575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11개사 중 31.5%인 35개사가 수출대금 220만달러를 받지 못했고 이번 소요사태에 따른 우리 기업의 연간 피해액도 1870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피해 사유(복수응답)로는 바이어 교신 두절(45.7%)이 가장 많았고 선적 및 하역 불가에 따른 운송 차질(31.4%), 수출대금 미수(28.6%), 수출 잠정 중단(22.9%) 등을 꼽았다.
건설 현장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들은 주로 발전소 등의 공사에 투입돼 사업장이 도심에서 멀거나 경호·보안 수위가 높아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주택사업의 경우 현지 주민들의 습격 횟수와 피해 규모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하루에만 모두 3곳에서 현지 주민 난입 사건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수건설이 트리폴리 남서쪽 150㎞ 지점에서 벌이는 3300가구 주택 건설 현장에 주민 30여명이 침입해 건설장비 3대와 차량 3대를 가져갔고, 대우건설의 즈위티나 공사 현장에도 한때 주민들이 난입해 차량 5대를 탈취해갔다가 현지 원로들의 설득으로 돌려받기도 했다. 앞서 오전 5시 대한통운 자회사인 ANC의 주메일 대수로 공사 현장도 주민 습격으로 재산 피해를 봤다.
◆정부 교민·주재원 본격 철수
국토부와 외교부의 정부합동 신속대응팀 3명은 이날 오후 대한항공 KE 653편으로 이집트 카이로로 출발해 현지에서 육로로 탈출하는 교민들을 지원하는 한편, 리비아 입국비자를 받는 대로 주 리비아 대사관에 합류해 수송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리비아 현장에 전세기를 급파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터키나 그리스, 이탈리아 등에서 페리를 대여해 벵가지 항구로 투입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한국인들은 현재 소규모로 이집트항공 또는 카타르항공을 이용해 빠져나오고 있다. 또 벵가지 인근 한국 건설업체 근로자 45명이 육로로 이집트로 탈출했다. 이들은 함께 일하던 방글라데시 노동자 1600여명과 함께 이동했다. 다른 건설업체 직원 3명도 이집트항공으로 카이로에 도착했다.
리비아에는 벵가지 지역에 340여명, 트리폴리 인근 지역에 한국인 1000여명이 있는데, 이 가운데 500여명이 탈출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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